[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퇴직연금 적립금이 불어나면서 운용성과와 무관하게 적립금 규모에 따라 금융사들이 가입자로부터 떼어가는 수수료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이 통합연금포털에 올린 '퇴직연금 비교공시' 자료에 따르면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퇴직연금을 맡아서 관리·운용하는 금융사들이 가입자로부터 거둬가는 수수료가
지난해 무려 1조4211억원에 달했다.
지난 2018년에는 8860억4800만원, 2019년 9995억7800만원, 2020년 1조772억6400만원, 2021년 1조2327억원, 2022년 1조3231억6100만원 등으로 매년 늘었다.
2018∼2023년 최근 6년간 수익률과는 전혀 상관없이 금융사들이 챙긴 총수수료만 6조9399억3700만원으로 7조원에 육박했다.
금융사들은 이처럼 해마다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얻지만, 퇴직연금 운용실적을 보여주는 수익률은 물가상승률조차 좇아가지 못할 정도로 낮아 가입자한테 돌아가는 실질적 혜택은 형편없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5년과 10년간의 연 환산 퇴직연금 수익률은 각각 2.35%, 2.07%에 불과했다.
그나마 이 정도 수익률을 보인 것은 지난해 주식시장 강세 등에 힘입어 전년(0.02%)보다 수익률(5.25%)이 많이 나아진 덕분이었다.
문제는 금융사들이 퇴직연금 적립금에다 일정비율에 따라 수수료를 부과하기 때문에 향후 적립금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천문학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퇴직연금 적립금은 2005년 12월 제도 시행 1년후인 2006년 1조원에 못 미쳤다. 하지만 10년 뒤인 2016년 147조원으로 늘었고 이후 2018년 190조원, 2020년 256조원, 2022년 336조원, 지난해 382조4000억원 등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올해 말에는 420조원을 훌쩍 뛰어넘고, 10년 뒤인 2033년이면 940조원에 달해 '1000조원 시대'를 맞을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다 수익률에 아랑곳없이 수수료 부과기준과 수수료율을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것도 논란거리다.
그렇다 보니 퇴직연금 금융상품에 대한 부과기준과 수수료율이 퇴직연금 사업자별, 업권별(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 상품별로 제각각이다.
불필요하게 과다한 수수료가 부과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는 현행 수수료 체계를 적립금 규모 대비 정률 부과방식이 아니라, 서비스별로 세분화해 부과하는 방법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융사간 수수료 인하경쟁을 촉진하는 쪽으로 수수료 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기여금액, 가입인원, 개별 금융거래 등 다양한 기준에 따라 수수료를 책정하자는 말이다.
이를테면 가입자 교육서비스의 경우, 적립금 규모보다는 교육횟수나 가입인원을 기준으로 서비스 수수료를 정하는 게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퇴직연금제도의 법적 근거가 되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라 사업장의 사용자는 일정금액(급여의 8.33%)을 보험료로 떼어 외부 금융기관(퇴직연금 사업자)에 맡겨야 한다.
금융사는 이를 운용해서 수익을 낸 뒤 가입자(기업 혹은 근로자 개인)에게 돌려줘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은행·보험·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크게 퇴직연금 운용관리와 자산관리, 펀드 소개에 따른 비용 등의 명목으로 수수료를 부과한다.
구체적으로 운용관리 수수료는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방법에 대한 컨설팅 및 설계, 적립금 운용현황에 대한 기록관리, 가입자 교육 등의 서비스에 대한 대가다.
자산관리 수수료는 적립금의 보관·관리, 운용지시 이행, 연금을 포함한 급여지급 등의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를 말한다.
펀드 총비용은 펀드 같은 실적배당상품과 관련해 퇴직연금 사업자를 비롯한 금융사들이 받아가는 각종 보수(운용·판매·수탁·사무관리 보수)와 수수료(선취·후취·매매 중개 수수료)를 뜻한다.
서울 한 증권사 영업점에서 관계자가 홍보물을 부착하는 모습. 2024.10.31 citybo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