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정부가 기업의 합병·분할시 이사회가 주주의 이익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마련, 이번 주 국회에 제출한다.
정부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이사회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에 대한 대안이다.
102만개가 넘는 전체법인이 아니라 2464개 상장법인만 대상으로 하고, 합병·분할 등 4가지 행위에 한정해 적용된다.
이 때문에 소송남용이나 경영위축 등을 방지하고, 불확실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런 내용의 일반주주 이익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방향을 발표했다.
그는 "일반주주 보호원칙과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여당과 협의해 의원입법으로 이번 주 빠른 시일내에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며 "상법은 회사 전체에 적용되는 일반법이어서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크게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대안으로서 더욱 집중적으로 국회에서 논의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개정방향에 따르면 상장법인이 ▲합병 ▲분할 ▲중요한 영업·자산의 양수도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등 자본시장법 165조의 4에 규정된 4가지 행위를 하는 경우 이사회가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게 명시된다.
이사회는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합병 등의 목적, 기대효과, 가액의 적정성 등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공시해야 한다.
정부는 추후 이사회 의견서 작성·공시를 포함한 주주 보호노력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경영진의 행동규범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비계열사간 합병뿐만 아니라 계열사간 합병 등에 대해서도 가액산정이 자율화되며, 외부 평가기관에 의한 평가·공시가 의무화된다.
합병가액이 기업의 실질가치를 반영할 수 있도록 일률적인 산식이 아닌 주식가격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 다양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정된 공정가액으로 결정하도록 규정하되, 원칙적으로 모든 합병 등의 가액결정에 있어 객관성·중립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 대주주를 제외한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상장되는 자회사 기업공개(IPO) 주식을 그중 20% 범위에서 우선 배정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한다.
정부는 거래소 세칙개정을 통해 물적분할 후 자회사에 대한 거래소의 일반주주 보호노력에 대한 상장심사 기간을 기존 5년에서 무제한으로 늘릴 계획이다.
물적분할을 우회할 수 있는 영업양도·현물출자 방식 등의 기업분할 형태에 대해서도 같은 수준의 질적심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해 상법 개정의 부작용을 피해가면서 실효적 지배구조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적용대상 법인을 상장법인으로, 적용대상 행위는 자본시장법 165조의 4에서 규정하는 4가지 행위로 한정해, 상법 개정으로 모든 다수의 회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방지할 수 있고, 일상적 경영활동의 불확실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손익거래의 경우 대부분 회사와 주주의 이해가 일치하는 반면, 합병·분할 등 재무적 거래의 경우 회사와 주주 또는 대주주와 일반주주간 이해상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고, 실제 문제도 재무적 거래에서 다수 발생하므로 자본시장법에 재무적 거래에 대해 주주보호노력 조항을 둠으로써 상법 개정의 부작용을 해소하면서 실효적 주주보호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사회가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절차적 성격의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절차 준수시 거래의 적법성과 이사의 면책이 보장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이는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회사와 주주를 병기하는 실체적 의무규정에 비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시장법 적용대상인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법인은 2464개, 비상장법인은 102만8496개다. 상법 개정시 적용대상은 비상장법인까지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