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 기자] 국내에서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외국계 기업이 과세당국의 세무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더라도 부과할 수 있는 과태료가 최대 500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아 15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이 자료 제출을 거부한 외국계 기업에 부과한 과태료는 작년 기준 2건(6600만원)에 그쳤다.
2019년 116건(21억800만원)에 비해 건수로는 98%, 금액으로는 96%가량 급감한 수치다.
현행 국세기본법 제88조는 납세자가 국세청의 질문·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과세자료의 제출을 기피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토록 하고 있으며, 부과 기준은 최소 5백만원부터 최대 5000만원까지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2021년 법원이 1건의 세무조사에는 한 차례 과태료 부과만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린 이후 과태료의 부과 건수와 금액은 급감했다.
국내 매출이 수조원으로 추정되는 외국계 기업이 자료 제출을 수십차례 거부해도 부과할 수 있는 과태료는 최대 5000만원에 불과한 것이다.
납세자가 과세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버티면 과세당국은 추계 과세를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납세자가 과세처분에 불복한 뒤 이후 유리한 자료를 제출하면 과세처분은 취소될 확률이 높아진다.
실제로 일부 외국계 기업들은 과세자료가 해외 본사에 있다며 자료제출을 거부하다가 과세처분 불복 과정에서 유리한 자료만 증거로 제출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외국인에 대한 국세청의 조세 행정소송 패소율을 2023년 기준 19%로, 전체 평균 9%의 2배가 넘었다.
특히 6대 대형 로펌이 담당한 외국인 조세 행정 소송의 패소율은 작년 기준 79.3%를 기록했다.
송 의원은 과세자료 회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국세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송 의원은 "법안뿐만 아니라 시행령을 통해 매출 규모에 따라 과태료 구간을 세부화하는 등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보호하면서도 악의적인 조세 회피에는 엄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