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리더십 위기"...HBM 경쟁력 약화에 해외인력 감축도
삼성전자 "리더십 위기"...HBM 경쟁력 약화에 해외인력 감축도
  • 윤석현 기자
  • 승인 2024.10.0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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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 한때 '5만 전자'…전문가들 "이재용 혁신·결단력있는 메시지 필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생산라인

[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반도체 겨울론' 우려가 사실상 불식됐으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위기감은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비롯한 반도체 사업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이번엔 해외인력 감축 보도 등이 잇따라 나오며 삼성전자가 전방위적인 위기감에 휩싸이는 모습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블룸버그통신은 1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글로벌 인력 감축계획의 일환으로 동남아시아, 호주, 뉴질랜드에서 해당지역 인력의 약 10%를 해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로이터도 지난달 소식통을 인용, 삼성전자 본사가 전 세계 자회사에 영업·마케팅 직원을 약 15%, 행정직원을 최대 30% 줄이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에 "일부 해외법인에서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고자 일상적인 인력조정을 실시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최근 삼성전자를 둘러싼 위기설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이다.

여기에는 주력인 반도체 사업이 지난해 사상 최악의 부진을 겪은 데 이어 경쟁사에 비해 회복속도가 더디고,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등에서도 경쟁사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1위 자리 수성에 어려움을 겪는 현 상황이 반영됐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AI) 시장확대로 급부상한 HBM의 경우,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뺏긴 상태다. '큰 손' 고객인 엔비디아 납품도 늦어지고 있다.

그 사이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HBM 5세대인 HBM3E 8단을 업계 최초로 납품한 데 이어, 최근 12단 제품도 최초로 양산하며 삼성전자와 격차를 키우는 실정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와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올해도 수조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일부설비의 가동을 중단하는 등 가동률 조절에 나선 상태다.

노조와의 갈등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또한 방사선 안전관리 부실로 지난 5월 기흥사업장에서 노동자 2명이 방사선에 피폭되는 사고가 발생하고, 인도법인 가전공장의 직원 약 600명이 불법시위를 벌인 혐의로 경찰에 구금되는 등 각종 악재도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발 보고서도 삼성전자의 위기론에 힘을 더하고 있다.

맥쿼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기존 12만5000원에서 6만4000원으로 내리고, 투자의견은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했다. 

메모리 부문이 다운사이클(하향국면)에 진입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D램 등 메모리 공급과잉에 따라 평균판매단가(ASP)가 내림세로 전환하면서 수요위축이 실적둔화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게 맥쿼리의 지적이다.

맥쿼리는 "상황에 따라 (삼성전자가) D램 1위 공급업체 타이틀을 잃을 수도 있다"고도 했다. 지난달에는 모건 스탠리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반도체 겨울론'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실적 풍향계로 통하는 마이크론의 호실적으로 강력한 AI 수요가 확인되며 '반도체 겨울론'이 수면 아래로 내려가기는 했지만, 삼성전자의 주가하락까지 막기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장중 한때 6만원을 밑돌며 1년7개월 만에 '5만전자'를 기록했다. 전날보다 200원 내린 6만1300원으로 마감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과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자사주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주가는 여전히 힘을 못 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반도체사업 50년을 맞아 삼성 반도체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 온 '반도체인의 신조'를 새롭게 제정하기로 하는 등 '정신무장'에 나섰다.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최근 임직원 대상 타운홀 미팅에서 "절박함을 가지고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불필요한 행사를 축소하는 등 비용절감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반도체 사업 50주년 행사를 열지 않기로 하거나, 글로벌 파운드리 행사 일부를 온라인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오는 8일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16곳의 실적 컨센서스(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10조4235억원으로 전망됐다. 당초 14조원대로 예상됐던 영업이익은 지난달부터 급격히 하향 조정되는 분위기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DS부문 이익추정치 하향의 주요근거는 DS 부문의 성과급 관련 충당금 반영 때문이지만, 비메모리 적자 지속, D램 출하 증가율 소폭 하향, 메모리 재고평가손 환입금액 축소, 
환율하락에 따른 부정적 환 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이익률 훼손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고객사 재고가 단기적으로 증가하며 스마트폰과 PC의 수요가 예상보다 부진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실적과 주가가 동종업체 대비 차별화되려면 HBM 경쟁력 입증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고 있고, 삼성전자가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은 "삼성전자가 위기라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며 "주가가 5만원대로 떨어지는 이유는 삼성전자가 희망을 갖도록 하는 설루션을 제공해야 하는데 그게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도 "가전, 모바일, 통신, 반도체 어떤 것 하나도 원활하게 굴러가지 않고 있다"며 "5만 전자가 됐다는 것은 6개월 뒤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으로 경제에도 큰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인텔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메모리 초격차를 확보하기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봤다. 김 교수는 "최근 세계 최대 기업이었던 인텔이 추락하고 있는데, 삼성도 이러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며 "우물쭈물하기보다 미래를 내다보고 장기적 관점의 혁신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김 사업단장도 "투자자 입장에서 삼성이 인텔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찾지 못하고 있다"며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소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과거 이건희 선대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처럼 이재용 회장의 결단력 있는 메시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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