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택시 시장점유율 51%→79% 껑충…"시장지배적 지위남용"
[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에게 제휴계약 체결을 요구하고, 이를 거절할시 소속 택시기사의 호출을 차단하는 등 '갑질'을 한 카카오모빌리티가 '철퇴'를 맞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일 카카오모빌리티의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724억원(잠정)을 부과하고, 카카오모빌리티 법인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플랫폼을 통한 택시 호출서비스는 크게 일반호출과 가맹호출로 나뉜다. 일반호출은 가맹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중형택시를 대상으로 운영된다. 가맹호출은 택시사업자가 소속 가맹기사에게만 전속으로 호출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플랫폼을 통해 일반호출 서비스와 자회사인 카카오T블루 가맹호출 서비스를 모두 제공한다. 일반호출 시장에서는 96%의 점유율을 가진 시장지배적 사업자다.
공정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모든 택시 호출이 카카오T 플랫폼을 통해서만 운영되는 것을 목표로 2019년 3월 자회사 등을 통해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 사업을 개시했다.
이후 카카오T블루 가맹기사 모집을 확대하고,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를 시장에서 배제하기 위해 경쟁사업자 소속기사에게 돌아가는 일반호출을 차단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당시 카카오모빌리티는 경쟁사업자 소속기사만을 차별해 일반호출을 차단하는 행위는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로서 공정거래법 위반소지가 높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이로 인한 처벌을 피하기 위해 승객의 브랜드 혼동, 카카오T 앱의 품질저하 등을 '명분'으로 내세워 경쟁사업자에게 제휴계약 체결을 요구했다.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해당가맹 소속기사에게 돌아가는 일반호출을 차단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제휴계약의 내용은 소속기사와 택시 운행상황 등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카카오모빌리티가 실시간으로 수집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사실상 경쟁사업자가 수용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실제로 카카오모빌리티는 반반택시, 마카롱택시와는 이런 내용의 제휴계약을 체결해 영업상 비밀을 제공받았다.
제휴계약 체결에 응하지 않은 우티와 타다에 대해서는 소속기사의 카카오T 일반호출을 차단했다. 시장 1위 플랫폼인 카카오T 호출을 받지 못하게된 우티·타다 소속기사들은 가맹계약을 대거 해지했다.
가맹 해지 폭증으로 사업이 어려워진 타다는 뒤늦게 카카오모빌리티와 제휴계약을 체결했고, 현재까지 운행정보 등 영업비밀을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행위의 결과로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시장점유율은 51%(2020년)에서 79%(2022년)로 증가했다.
반면, 타다·반반택시·마카롱택시 등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쟁사업자들은 사업을 철수하거나 사실상 퇴출당했다.
가맹택시 시장의 유효한 경쟁사업자는 시장점유율이 10배 이상 차이 나는 우티밖에 남지 않게 됐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시장지배적 지위남용으로 인해 사업자간 가격과 품질에 의한 공정한 경쟁이 저해되고, 택시기사와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권이 제한됐다고 보고 제재를 결정했다.
724억원의 과징금은 역대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사건에 부과된 과징금 중 4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1위는 2017년 퀄컴의 이동통신 표준 필수특허 남용사건에 부과됐던 1조311억원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거대 플랫폼이 시장지배력을 부당하게 이용해 인접시장으로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는 반경쟁적 행위를 제재한 것"이라며 "경쟁사업자에게 영업비밀 제공을 요구해 이용한 행위가 공정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한 사례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위는 앞으로도 시장지배력을 부당하게 이용해 공정한 거래질서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지속 감시하고, 법 위반시 엄중히 법을 집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