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사외이사 3명 참석 이사회로 적법하게 결정”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대표이사 2명이 모두 구속됐는데 도대체 누가 그처럼 중요한 결정을 내렸단 말인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자사 지분 공개 매수에 나선 영풍을 겨냥해 제기한 날 선 비판이며 의혹이다.
고려아연과 마찬가지로 핵심사업이 비철금속 제련업인 영풍의 각자 대표이사 2명은 최근 잇따른 근로자 사망 사고로 각자 대표이사 2명은 모두 구속된 상태다. 이에 따라 영풍 이사회는 사내이사는 없이 3명의 비상근 사외이사만 남아 비상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23일 "사망 사고와 중대재해 문제로 최근 대표이사 2명이 모두 구속된 상태에서 도대체 누가 어떻게 결정을 내린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쏟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사회에 비상근 사외이사 3명만 남은 상황에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모두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겠다는 중대 결정을 내렸다고 것이다.
경북 봉화군 영풍 석포제련소에서는 작년 12월 6일 탱크 모터 교체 작업을 하던 근로자 1명이 비소 중독으로 숨지고, 근로자 3명이 상해를 입었다.
또 지난 3월에는 냉각탑 청소 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 1명이 사망했으며, 8월 2일에는 하청 노동자 1명이 열사병으로 숨지는 등 사고가 잇따랐다.
이에 대해 영풍은 "고려아연 주식 공개 매수 등의 결정은 적법한 이사회 결의에 따른 것"이라면서 "이사회의 구성원은 이사로 이뤄지며, 이사회 구성원이라면 사내이사나 사외이사 구분 없이 이사로서의 지위를 동등하게 보유하게 된다"고 반박했다.
사내이사들의 부재로 사외이사들만 참여한 이사회에서 고려아연 지분 매수 결정을 내린 것은 문제없다는 취지다.
영풍은 이어 "이사회에서 의사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충실히 설명했다"면서 "사외이사 중심의 결정이 훨씬 더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경영이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풍그룹은 고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공동 설립한 기업 집단이다.
이후 최씨 가문은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을 운영하고, 장씨 집안은 영풍그룹 전체와 전자 계열사를 맡았지만, 영풍이 고려아연의 현금 배당 및 경영·투자 방침에 반대하며 갈등이 커졌다.
두 집안의 고려아연 지분은 최 회장 측 33.99%, 영풍 장형진 고문 측 33.13%로 비슷하다. 영풍은 사모펀드 MBK와 함께 약 2조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지분 7∼14.6%를 공개 매수한 뒤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별도 보도자료에서 영풍과 MBK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고려아연은 "세계 최고의 제련 분야 전문가들은 모두 고려아연에 있다"면서 "고려아연 전 임직원이 함께 MBK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강하게 비난하는 상황에서 MBK와 영풍 '빌런 연합'이 제대로 고려아연을 경영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국가기간산업을 한 번도 운영해본 적 없는 투기 자본 MBK와 적자에 허덕이고 대표이사들이 중대재해로 구속되고, 각종 환경 오염으로 '제재 백화점' 낙인이 찍힌 영풍과 그 경영진은 고려아연을 경영할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영풍은 "번번이 이사회를 무시하거나 우회함으로써 이사회의 기능을 무력하게 하여 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최윤범 회장 측에서 적반하장격의 주장을 하고 있다"고 고려아연을 비난했다.
글로벌 독립리서치사, "고려아연에 대한 MBK 3가지 우려 타당"
한편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글로벌 독립리서치플랫폼 '스마트카르마'는 지난 21일 "고려아연의 부실 투자와 수익성 악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자사주 교환으로 늘어난 유통주식수 등 MBK가 제기한 3가지 우려 사항들은 타당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고 MBK 측이 전했다.
스마트카르마는 고려아연 관련 리서치 노트를 통해 "지난 몇 년간 고려아연의 부실 투자는 회사를 가장 압박하는 우려사항들 중 하나"라면서 인도와 중국 제련업체와의 마진율을 비교하며 "경쟁사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한 반면, 최윤범 회장의 리더십 아래 있던 최근 몇 년간 고려아연은 점진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최윤범 회장 측이 대항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서는 "재벌 기업 등이 최 회장을 도울 가능성을 고려하더라도 2조원은 작은 규모가 아니므로 자금 모집 여부가 관건"이라면서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지 않은 점 등의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2014년 9월 설립된 스마트카르마는 미국, 중국, 일본, 인도, 한국 등 주요 국가를 커버하고 있으며 5800여개의 기업을 분석한 독립 리서치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