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거듭 美 대선, ‘해리케인’ 쪽으로 쏠리는 이유
반전 거듭 美 대선, ‘해리케인’ 쪽으로 쏠리는 이유
  • 김명서
  • 승인 2024.09.0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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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 反트럼프’ 구도 속 초박빙 판세…“어떤 ‘미드’보다 재미있다”

[김명서 칼럼] 미국 대통령 선거는 이제는 우리에게도 쏠쏠한 얘깃거리가 됐다. 누군가 먼저 화제로 올리면 서로가 한마디씩 거드는 게 예사다. 그 만큼 관심도 많고, 공감의 폭도 크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미드(미국 드라마)’보다도 재미있다는 것이 총체적인 평가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스토리 전개가 그렇고, 개성 넘치는 주연 캐릭터들의 대칭적 면모와 이력, 도드라진 언행들이 그렇다. 예측불허의 초박빙이라는 판세도 흥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선거전은 ‘트럼피즘’에 대해 ‘해리케인’이 공격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전자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 아래 성장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징한다. 극단의 경계를 넘나든 ‘사이다성’ 발언에 대중이 열광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비판론자들에게서는 대립과 분열의 상징으로 공격받고 있다. 

‘해리케인’은 최초의 흑인 아시아계 대선후보로 급부상한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함축하는 표현이다. 해리스와 열대 저기압 허리케인의 합성어로 ‘트럼피즘’을 미국 땅에서 날려버릴 것이라는 지지자들의 기대가 담겨 있다. 실제로 상당수 여론조사는 해리스 쪽에 무게가 실리는 결과를 내놓았다.

그렇더라도 이번 대선 드라마의 중심은 트럼프다. 트럼프 때문에, 트럼프에 의해서 ‘기‧승‧전’ 상황이 이어졌고, ‘결’의 단계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해리스 등장 전까지 민주당의 대선 전략은 오로지 반(反)트럼프에 맞춰졌다.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만은 막아보자는 것이 선거운동의 전부나 다름없었다. 트럼프의 좌충우돌식 정치에 대한 거부감과 위기감이 그 만큼 컸던 것이다. 이에 따라 대선구도는 4년 전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 반트럼프’로 자연스레 형성됐다.

트럼프에겐 총격 피습 하이라이트…민주당 선거전략은 오로지 ‘반트럼프’  

트럼프에게는 뭐니 뭐니 해도 지난 7월 13일 발생한 총격 피습 사건이 하일라이트였다. 피 묻은 얼굴에 주먹을 불끈 쥐고 성조기 아래서 “싸우자(Fight)”라고 외치는 장면의 폭발력은 엄청났다. “게임이 끝났다”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TV토론에서 노출된 인지력 감퇴 문제로 사퇴 압박에 시달리던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결국 트럼프 피습 8일 후 사퇴를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민주당 전현직 지도부가 설득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 이후, 즉 ‘트럼피즘’로 인한 민주주의 위기 가능성에 대한 미국 안팎의 우려도 사퇴 결단에 상당 부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트럼프에 대한 거부감과 불안감은 다수 미국 주류 언론들의 비판적 보도와 맥락을 같이 한다. 트럼프는 미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이단아’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내 편과 네 편을 갈라쳐 진영을 구축하고, 네 편에게는 혐오와 차별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사법부와 선거제도 등 ‘금기 영역’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거짓말과 가짜뉴스를 남발한다는 비판도 자주 받았다.

특히 ‘사법리스크’는 트럼프에게 심각한 핸디캡이다. 그는 4개 사건에 91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관련 재판들은 선거에 영향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대선 이후로 미뤄졌다. 트럼프로서는 큰 고비를 넘긴 셈이다. 하지만 유권자들 머릿속에 새겨진 ‘범법자’ 낙인은 그대로다. 중도층이나 무당층에게 중요한 잣대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판세는 안개속이다. 특히 당락에 결정적인 경합 7개주의 지지율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접전 양상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그대로 반영하면 미국 선거인단 538명 중 해리스가 과반인 270명, 트럼프가 268명으로 집계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경합주 한 곳만 달라져도 당선자가 바뀔 판이다.

이러한 결과는 미국 민주주의가 전통적 양당정치에 바탕을 두고 작동하기 때문이다. 후보로 누가 나서더라도 기존 지지분포는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해리스 동서 한국계, 호감도 더 높아져…“존엄‧상식 기준 선택”에 기대

그러나 우리에게는 좌우를 불문하고 해리스에 우호적이다. 트럼프의 당선이 한국에 엄청나게 부담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철수 논란,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관세폭탄 등이 우선적인 걱정거리다. 며칠 전에는 트럼프가 집권하면 ‘초대형 무역전쟁’이 벌어질 것이고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더 치명적일 것”이라는 미국 전문가의 한국 강연이 크게 소개되기도 했다.

해리스에 우호적인 것은 바이든 정부와 다르지 않은 대외‧산업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트럼프에 대한 경계심의 ‘반사 효과’ 영향도 크다고 본다. 해리스의 동서, 즉 시동생의 부인이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호감도는 더 높아졌다.

선거 판세에는 오는 10일 첫 TV토론이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고 한다. TV토론에 낯선 해리스가 거친 언사로 이름난 트럼프에 어떻게 맞설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하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한국의 여론은 요지부동일 것이 분명하다. 트럼프는 우리의 보편적, 상식적 가치기준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존경‧화합‧포용‧배려라는 덕목에서 기준미달인 반면 부도덕하고 고집불통에 예측불허라는 이미지만 강하다. 

미국 유명 방송인인 오프라 윈프리의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윈프리는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며 “넌센스가 아닌 존엄과 상식이 있는 투표를 하자”고 강조했다. 11월 5일 선거에서는 바로 그 존엄과 상식이 미국적 삶과 가치의 우선적 잣대라는 점이 명확히 확인됐으면 한다. 주변 사람 절대 다수의 기대이기도 하다.

<필자 소개>

김명서(clickmouth@hanmail.net)

-서울이코노미뉴스 부회장

-전 서울이코노미뉴스 대표, 주필

-전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심의실장

-전 서울신문 편집담당 상무

-전 서울신문 사회부장, 정치부장, 논설위원,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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