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한미약품그룹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부회장이 한미사이언스 지분 6.5%를 개인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에게 매도하면서,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얼마전 OCI와의 통합 추진목적 중 하나가 거액의 상속세 부담 해결이었던 만큼, 총수 일가가 상속세 부담에서 벗어날지가 관심사이다.
4일 전자공시에 따르면, 송 회장은 자신이 가진 814만주 가운데 394만여주, 임 부회장은 713만주 가운데 50만주 등 모두 444만여주를 신 회장에게 매도하고 1644억여원을 받기로 전날 계약을 체결하고 공시했다.
대금을 모두 치르고 주식을 이전받는 거래종결일은 오는 9월3일로 정했다. 한 주당 가액은 3만7000원으로, 3만원대 초반인 전날 시세보다는 높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올해 초 주가 5만원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송 회장측은 이번 거래로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은 상속세 납부재원을 마련하게 됐다"고 밝힌 만큼, 이번 매매대금이 대부분 상속세 납부를 위해 사용될 전망이다.
지난 2020년 8월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이 별세하면서 지분 상속에 따라 부과된 상속세는 모두 5400억원 규모이다.
송 회장 등은 이를 5년간 6차례에 걸쳐 분할납부하기로 하고 지난해까지 절반을 납부해, 올해를 포함해 앞으로 3년간 2700억원을 납부해야 한다.
상속당시 임 회장의 지분은 송 회장과 세 자녀가 각각 2:1:1:1 비율로 나눠 상속했다. 따라서 상속세 납부비율도 이에 준해 송 회장은 약 1080억원, 세 자녀는 각각 약 540억원규모 잔여세금을 2026년까지 납부해야 한다.
결국 1644억원이라는 이번 거래규모를 볼 때, 매매계약이 마무리되면 거래 송 회장과 장녀 임 부회장은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자금을 모두 마련하는 셈이다.
반면, 임종윤ㆍ종훈 형제의 경우 장남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올해 상속세 분납분을 이미 납부해 300억원대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임 이사의 나머지 상속세를 포함해 9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두 형제의 상속세 재원마련 방법은 아직 명확히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상속세는 상속인간 연대세라 한 상속인이 납부하지 않으면 다른 상속인이 부담을 지게 된다. 과거 송 회장이 가족화합을 전제로 형제의 상속세를 부담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지만, 이번 거래로 확보한 자금으로는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게 현실이다.
앞서 송 회장과 임종윤, 임주현, 임종훈 등 한미약품그룹 대주주 일가는 지난 5월30일 "합심해 상속세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송 회장과 신 회장이 의결권 공동행사를 통해 회사를 전문경영인 체제로 재편하겠다고 방침을 밝힌 것 등과 관련해 임종윤 사내이사 측은 사전에 알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종윤·종훈 형제가 어떻게 대처할지에 경영권 갈등의 재연여부와 상속세 문제의 향방이 달려있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