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폐공사,법원 60% 지급조정안 거부…"환경부 정책변경이 원인"
[서울이코노미뉴스 김한빛 시민기자] 환경부가 추진했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에 참여했다가 수십억원의 손실을 본 기업들이 사업 수행기관인 한국조폐공사에 7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입찰을 통해 납품계약을 맺은 조폐공사는 물론 주무부서인 환경부가 기업들 손실을 외면하면서 법정 싸움으로 번진 것이다.
26일 한국조폐공사에 따르면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납품 입찰을 맺은 인쇄업체 2곳과 배송업체 1곳이 공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3개 기업이 요구한 배상액은 75억원에 이른다.
이들 3개 기업은 일회용 컵에 붙일 바코드 라벨(스티커) 20억장·80억원 상당을 제작해 전국에 배송하기로 공사와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실제 발주량은 계약물량의 3.2%인 6400여만장에 그쳤다. 발주금액은 3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말 계약이 종료되면서 64억원의 시설투자를 단행한 기업들은 빚더미에 앉게 됐다.
소송을 제기한 업체들은 최초 입찰계약 규모대로 75억원가량의 잔금을 손실보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들은 정부 발주물량이 급감하면서 바코드 라벨 제작·배송 단가가 치솟아 만들수록 손해가 났다고 설명했다.
그때마다 조폐공사는 손실보상을 약속하며 업체들을 안심시켰다고 한다.
정부주도 일회용컵 보증금제도가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가면서 조폐공사와 업체간 납품계약도 끝났다.
계약 종료후 기업들은 투자금·손실액 보존을 요구했지만, 조폐공사의 태도가 돌변했다. 공사측은 환경부의 정책결정이 바뀐 것이기 때문에 귀책사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주무부서인 환경부(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와 배상안 협의를 시도했지만 실패했기 때문에 보상을 할 방법도 없다고 설명했다.
인쇄업체 대표들은 "단가를 도저히 맞출 수 없어 그만하겠다고 했지만, 조폐공사에서 나중에 손실을 보전해 주겠다고 약속했기에 믿고 끝까지 했다"며 "공사와 협력관계를 생각해 참고 마무리지었는데, 지금 와서 이렇게 나오니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조폐공사는 재판부 조정안도 거부했다. 인쇄물량 70%인 14억장 납품계약을 맺은 광주광역시의 A 인쇄업체는 손해배상액으로 56억원을 요구했다.
이에, 재판부가 조폐공사에 60% 정도인 35억원을 지급하라고 조정안을 제시했지만 거부했다.
업체 관계자는 "소송을 해서 나중에 어느 정도 보상받기야 하겠지만 그 과정이 너무 힘들지 않겠냐"며 "정부를 믿고 미리 큰돈을 투자했는데 이렇게 하면 앞으로 어떻게 정부를 믿고 일을 할 수 있겠냐"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조폐공사측은 "환경부 정책변경으로 사업준비를 위해 투자한 비용회수가 어려운 상황이 발생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투자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주처와 지속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동시에 협력업체와 협력분야를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