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환율 불안" 기준금리 16개월째 동결…인하는 10월쯤에나
"물가·환율 불안" 기준금리 16개월째 동결…인하는 10월쯤에나
  • 한지훈 기자
  • 승인 2024.05.2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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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연속 3.5% 유지,성장률 2.5%로 0.4%P 상향...美연준 신중론도 조기인하 명분줄여.
경제전문가들 "연준 9월 내리면 한은도 10∼11월 한차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4.5.23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한국은행이 23일 기준금리를 또다시 3.50%로 묶고 통화긴축 기조를 이어갔다.

무엇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아직 목표수준(2%)까지 충분히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일찍 금리를 내리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뿐아니라 환율, 가계부채, 부동산 불씨도 다시 살아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특히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상향 조정해 , '경기부진을 막기 위한 금리 조기인하'의 명분도 사라졌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조차 금리인하를 서두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은이 원·달러 환율상승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등의 위험을 감수하고 먼저 금리를 내려, 역대 최대 수준(2.0%p)인 미국(5.25∼5.50%)과의 금리격차를 벌릴 이유도 뚜렷하지 않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이날 오전 열린 상반기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 연 3.50%를 그대로 동결했다.

아울러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1%에서 2.5%로 수정하고,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2.6%를 유지했다.

앞서 2020년 3월16일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번에 0.50%p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에 나섰고, 같은 해 5월28일 추가인하(0.75→0.50%)를 통해 0.75%p나 내렸다.

이후 무려 아홉번의 동결을 거쳐 2021년 8월26일 마침내 15개월 만에 0.25%p 올리면서 통화정책의 키를 긴축쪽으로 틀었다.

그 뒤로 기준금리는 같은 해 11월, 2022년 1·4·5·7·8·10·11월과 2023년 1월까지 0.25%p씩 여덟 차례, 0.50%p 두 차례 등 모두 3.00%p 높아졌다.

하지만 금리인상 기조는 지난해 2월 동결로 깨졌다. 3.50% 기준금리가 지난해 1월 말부터 이날까지 약 1년4개월 동안 이어지고 있다.

한은이 이날 11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하고 본격적 인하 논의를 하반기로 미룬 데는 물가와 환율 불안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2월(3.1%)과 3월(3.1%) 3%대를 유지하다가 4월(2.9%) 석달 만에 2%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과일을 비롯한 농축수산물이 10.6%나 치솟는 등 2%대 안착을 확신할 수 없는 상태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최근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근원물가(에너지·식품 제외)를 중심으로 둔화하겠지만, 유가추이나 농산물 가격강세 기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환율흐름도 한은이 금리를 섣불리 낮추지 못하는 이유다. 시장의 기대와 달리 미국의 조기 금리인하 가능성이 점차 사라지고, 이란·이스라엘 무력충돌까지 발생하자, 지난달 16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약 17개월 만에 1,400원대까지 뛰었다. 

이후 다소 진정됐지만, 여전히 1,360원대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원화가치가 하락(원달러 환율상승)할수록 같은 수입제품의 원화 환산가격이 높아지는 만큼, 인플레이션 관리가 제1 목표인 한은 입장에서 환율은 통화정책의 주요 고려사항이다.

금리인하에 신중한 미국 연준의 태도도 금통위의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 동월대비 3.4%)이 3월(3.5%)보다 0.1%포인트(p) 떨어지면서 시장 일각에서 금리인하 기대가 다시 살아났다.

하지만, 연준 고위인사 다수는 "금리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21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물가) 지표 둔화세가 3∼5개월 정도 지속돼야 연말께 금리인하가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22일(현지시간)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도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2%로 계속 향한다는 더 큰 확신을 얻기까지, 시간이 앞서 예상한 것보다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며 인하 지연을 시사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대체로 연준이 일러야 9월께, 한은은 이후 10월이나 11월에야 기준금리를 낮추며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은이 미국보다 앞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며 "미국은 9월, 한국은 10월 또는 11월에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해 두 나라 모두 연내 한차례, 0.25%p씩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일러야 9월 금리인하에 나서고, 인하횟수도 연내 한 차례(0.25%p) 또는 두 차례(0.50%p)에 그칠 것"이라며 "연준의 인하이후 한은도 인하를 고려할 수 있을 텐데, 인하 횟수는 연내 한 차례(0.25%p)나 아예 없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한은이 이날 수정한 경제성장률 전망치 2.5%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2.3%보다 높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시한 2.6%보다 낮다.

한국금융연구원의 2.5%와는 같다. 글로벌 투자은행(IB)과 비교하면 골드만삭스(2.4%)보다 높고, JP모건, 씨티, 노무라 등의 2.6%나 HSBC의 2.7%보다는 낮은 전망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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