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김한빛 시민기자] 계열사를 동원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62)이 구속을 피했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6일 이 전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현 단계에서 구속사유와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남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 소명정도와 이에 대한 다툼의 여지, 일부 범죄사실에 있어 공모·지시 여부에 대한 증거관계와 이에 대한 이 전 회장의 주장 등을 종합해 고려했다고 밝혔다.
수사 개시·진행 경과, 다른 핵심관련자에 대한 수사진행 경과, 이 전 회장의 사회적 유대관계도 고려대상으로 거론했다.
2021년 10월 만기출소한 지 2년7개월 만에 다시 수감될 기로에 놓였던 이 전 회장은 이로써 구속위기를 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직원들의 계좌로 급여를 허위로 지급한 뒤 이를 빼돌리는 방식으로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태광CC가 골프연습장 공사비 8억6000만원을 대납하도록 한 혐의와 계열사 법인카드 8000여만원을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도 있다.
앞서 이 전 회장은 421억원을 횡령하고 법인세 9억3000여만원을 포탈한 혐의 등으로 2011년 구속기소됐다.
이후 건강상 이유 등으로 7년 넘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아 '황제 보석'이란 비판을 받은 그는 논란 끝에 2018년말 보석 취소로 재구속됐고 이듬해 징역 3년형을 확정받았다.
2021년 만기출소한 이 전 회장은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복권됐지만, 이번 비자금 조성의혹 등으로 다시 경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태광측은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법원의 현명한 결정에 감사드린다"며 "이 전 회장의 혐의가 사실 김기유 전 경영협의회 의장이 저지른 범죄라는 것이 곧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의장은 태광측의 외부감사를 맡은 한 법무법인에 비리정황이 포착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