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수준 과세하려면 동일한 일반주주 보호법제가 먼저"
[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하 포럼·회장 이남우)은 내년 본격 시행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한국 주식시장에 치명상을 입히게 된다며 정부와 정치권에 입장 변화를 요구했다.
포럼은 이날 금투세 시행과 관련한 논평을 내고 "정부와 정치권은 부동산 가격폭등으로 한번 좌절한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금융소득의 사다리마저 걷어찰 심산인가"라며 이같이 밝혔다.
금투세는 주식 및 파생상품, 채권 등의 투자이익에 대해 매기는 세금으로 상장주식은 5000만원, 기타 금융상품은 250만원이 넘는 이익에 대해 과세한다.
당초 2023년 시행 예정이었으나 여야 합의를 통해 시행시기가 한차례 유예됐고,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정부·여당은 지난 총선에서 완전폐지를 주장했으나, 야당은 '부자 감세'라고 비판하며 차질없이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포럼은 논평에서 "연간 5000만원 이상 버는 상위 1% 투자자들이 세금을 새로 내면 끝나는 문제가 전혀 아니다"라며 이같은 '부자 감세' 프레임을 정면 반박했다.
금투세 대상자는 전체투자자의 1%에 불과한 15만명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지난 10년간 연평균 5%에 지나지 않는 한국 증시 총주주수익률(TSR·Total Shareholder Return)을 대입하면, 과세대상 투자자의 투자금은 1인당 최소 10억원 이상이라고 포럼은 설명했다.
즉 15만명이 10억원씩을 현재 한국 증시에 투자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투자금은 최소 150조원에 달한다. 이는 한국 주식시장 전체 시가총액 약 2500조원의 6%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포럼은 "(금투세가 시행되면) 이들의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에서 상당한 돈이 해외시장으로 빠져나가고, 한국 주식가격은 상승동력을 그만큼 잃을 것"이라며 해외주식 접근성 향상으로 한국 증시가 미국, 일본 등과 경쟁중이라는 걸 잊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포럼은 "지난 5년 동안 80% 이상 오른 미국과 일본 증시가 있음에도 한국의 투자자들이 같은 기간 동안 20%도 오르지 않은 한국 증시에 투자하고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세금"이라며 금투세 시행후 수십조원이 투자처를 해외로 옮긴다면 한국 증시가 더욱 상승동력을 잃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심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사모펀드에 간접투자하던 투자자들도 펀드 이익분배금이 배당소득으로 일괄분류되면서 최고세율 49.5%에 달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하려고 한다면 '펀드런' 현상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포럼은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기업 밸류업(가치제고) 정책이 금투세와 상충한다고도 지적했다.
이들은 "밸류업 정책은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를 목표로 하지만 금투세 시행으로 명확히 예상되는 '단기적' 부정적 영향에 대해 정부는 어떤 보완책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미국 등 다른 선진국 시장과 같은 수준의 세금을 부과하려면 주주에 대한 이사회의 의무 등 선진국 수준의 일반주주 보호법제가 먼저 갖춰져야 하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의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지배주주들의 양도소득세는 지난 2000년이후 20년 이상 이런저런 이유로 계속 유예를 연장하면서 전혀 부과하지 않고 있는데, 왜 1400만 일반 개인주주들의 금융투자소득세는 이렇게 급하게 시행하려고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포럼은 일반주주 보호에 대한 법제가 정착할 때까지 금투세를 유예하거나 최소한 배당소득 분리과세·장기투자자 소득세율 인하라도 관철돼야 한다며 정부와 정치권의 재검토를 촉구했다.
지난 2019년 설립된 포럼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자본시장 선진화를 추구하는 단체다.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학계 인사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