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책의 날’...새로운 ‘독서문화 진흥 정책’의 시발점이 되길
‘세계 책의 날’...새로운 ‘독서문화 진흥 정책’의 시발점이 되길
  • 조석남
  • 승인 2024.05.05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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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남의 에듀컬처] 지난 4월 23일은 '세계 책의 날'이었다. '책의 날'은 세계인의 독서증진을 위해 유네스코가 지난 1995년 제정했다. 이날은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서 책과 꽃을 선물하던 '세인트 조지 축일'이자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의 서거일이기도 하다.

‘책의 날’이 되면 스페인에서는 책과 장미 축제를 펼치고, 영국에서는 부모들이 자녀에게 한 달간 하루 20분씩 책을 읽어주는 ‘잠자리 독서 캠페인’을 벌인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출판·서점계 등에서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에게 책을 선물했다. 또 서울시가 야외도서관으로 재단장한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시민들에게 책과 장미를 함께 선물하고, 광화문 ‘세종라운지’에서 펼쳐진 ‘세계 책의 날’ 기념행사에 참여해 황정민 배우와 함께 셰익스피어의 작품 ‘맥베스’를 낭독하기도 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 등 다양한 출판단체들도 ‘책의 날과 책의 주간’ 행사를 5월초까지 진행했다. 이 기념일은 독서와 저술 및 이와 밀접하게 연관된 저작권의 증진에 기여하면서 책의 창조적, 산업적, 정책적 측면 등 다양한 면모를 끌어내는데 그 목적을 갖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기념 행사가 일회성, 단발성으로 그친다는데 있다.

요즘 사람들은 책을 잘 읽지 않는다. 출판사들도 책이 팔리지 않는다고 야단이다. 독서와 관련된 통계를 봐도 해마다 독서 인구의 비율이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유튜브·인터넷 등의 발달이 독서 인구의 감소와 연관이 클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을 통해서 언제, 어디에서나 필요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종이로 된 신문도 구독자 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종이책을 읽는 재미는 그 무엇에 비할 수 없다. 책장을 넘기며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있으니, 신선이 된 기분이다. 읽은 책의 쪽수가 쌓일수록 마음이 뿌듯하다. 남아 있는 책의 분량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독서의 속도가 더 빨라진다. 이것이 종이책을 읽으며 느끼는 단맛이다.

오욱환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올 연초에 『책 좀 사서 읽어요』라는 특이한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제목이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강렬하다. ‘제발 책 좀 사라’는 판촉 같기도 하고, ‘제발 책을 읽으라’는 애원 같기도 하다. 하지만 본래의 의미는 독서를 권장하는 선의의 캠페인일 것이다.

오 교수는 이 책에서 “책을 사면 본전 생각이 나서 읽게 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비싼 책을 구입하면 본전을 뽑아야겠다는 생각에 책을 끝까지 읽게 된다. 이러한 생각이 책의 제목을 정하는 데 작용한 것 같다.

우리는 독서를 통해 즐거움과 기쁨을 느낄 뿐만 아니라 인생의 지혜를 얻고 보다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게 된다. OECD에서는 미래사회에서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으로 ‘문해력’을 제시한 바 있다. ‘문해력’이란 '다양한 내용에 대한 글을 이해·해석·창작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데, 이 문해력은 독서교육을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길러진다.

그러나 유튜브, 틱톡 등 짧고 중독성이 강한 영상매체의 접촉 빈도가 늘어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청소년 독서 활동 및 문해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책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독서를 실천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다시 강조하지만 젊은 세대가 독서를 기피하는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인터넷 정보는 시간적, 경제적 효율 측면에서 유용하지만 활자문화의 뒷받침 없이는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활자문화와 뿌리를 공유하지 않는다면 자칫 '영혼이 없는 지식'으로 흐를 수도 있다.

독자에게 다가가려는 노력도 물론 소중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 어떻게 독자를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출판계, 그리고 시민사회단체가 공공자금을 만들어 독서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것, 즉 독자를 '만들어 내는데' 돈을 투자해야 한다.

유인촌 장관은 지난 4월 23일, “‘세계 책의 날’을 달라지는 독서문화 진흥 정책의 시작점으로 삼고 독서·인문·문학·도서관 정책 간 연계, 부처 간 협력 강화, 예산 확보 등을 통해 책 읽는 문화를 전방위적으로 확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 장관의 이날 기념사가 단순한 ‘구호’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실행’으로 옮겨지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조석남 (mansc@naver.com)

- 한국골프대 부총장

- 전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 학장

- 전 서울미디어그룹 상무이사·편집국장

- 전 스포츠조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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