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이보라 기자] 한국은행이 외환보유액 운용 대상으로 금(金) 추가매입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한은 외자운용원의 최완호 운용기획팀장은 30일 한은 블로그에 올린 '외환보유액으로서의 금,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제목의 글에서 금 투자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은은 향후 외환보유액의 증가추이를 봐가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금 추가 매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국내 외환시장 전개상황, 국제 금 시장동향 등을 점검하면서 금 투자의 시점 및 규모를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은은 지난 2011년 40t, 2012년 30t, 2013년 20t의 금을 추가로 사들인 뒤 지난해까지 10년동안 총량을 104.4t으로 유지해왔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자산배분 차원에서 금 추가 매입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고수해왔다.
반면, 시장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금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며 사상 최고가를 잇달아 경신하자 추가매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번 입장변화는 '중장기적인 관점'에 방점을 두고있으며, 당장 금을 매입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게 한은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 팀장도 블로그 글에서 금 투자에 신중한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다. 먼저 변동성이 높고 유동성은 낮은 점을 들었다.
그는 "과거 금은 주식과 비슷한 수준의 변동성을 보였지만, 수익률은 대체로 주식에 미치지 못했다"며 "채권, 주식에 비해 유동성이 높지 않은 자산"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유동성이 낮다는 것은 필요한 시점에 즉시 현금화할 때 거래비용, 거래상대 탐색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금을 대규모로 사들여 가격상승을 주도한 것은 중국, 러시아, 터키 등의 중앙은행이다. 이들 나라가 한국과 사정이 다르다는 점도 짚었다.
최 팀장은 "이들은 대부분 미국 달러화 의존도를 낮추려하거나 전쟁 등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은 국가들"이라며 "지난해 이후 금 매입상위 5개국 비중이 87.5%"라고 말했다.
이밖에 금 가격 고평가 우려도 거론했다. 최근 미국 금리인하 기대가 약화하면서 금 가격급등세가 진정됐고, 투기목적의 금 선물매입 포지션이 누적돼 있어 향후 포지션 청산시 추가 가격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