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구축에 12개월 이상 예상…공매도 재개시점 7월서 연기될듯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금융당국이 기관투자자의 자체전산을 통해 무차입 공매도를 차단하고, 중앙시스템을 통해 모든 주문을 재검증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공매도 전산화방안을 마련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요구했던 '실시간 차단'은 아니지만, 금융당국은 이중 검증시스템으로 불법 공매도를 근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시스템 구축에는 12개월가량이 소요되고, 운영을 위해서는 법 개정도 필요해 오는 7월로 예정됐던 공매도 재개시점이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기관자체 잔고관리 시스템·불법 공매도 중앙차단시스템 도입
금융감독원은 25일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과 공동으로 '개인투자자와 함께 하는 열린 토론'을 열고 불법 공매도 방지 전산시스템 구축방안을 공개했다.
지난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대규모 불법 공매도 적발을 계기로, 금감원과 거래소 등은 같은해 11월 '전산시스템 마련 TF'를 발족해 전산화 방안을 논의해왔다.
금융당국은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주장하는 '실시간 차단'에 대해서도 검토했으나 구조상 투자자의 모든 거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렵고, 현실화하더라도 거래속도를 현재의 5배 이상으로 지연한다는 점에서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
대신 당국은 공매도 잔고가 발행량의 0.01% 또는 10억원 이상인 기관(외국계 21개·국내 78개사)의 모든 주문처리 과정을 전산화하기로 했다.
먼저 기관투자자가 자체적으로 잔고변동을 실시간으로 집계하는 자체시스템을 도입해 잔고를 초과해 매도하는 행위를 예방한다.
이 시스템은 전일 잔고와 당일 실시간 매매자료를 반영해 실시간 잔고를 산정하고, 잔고를 초과하는 매도주문은 자동으로 거부한다.
보유수량이 부족할 때는 차입이 승인되기 전까지 공매도가 불가능하다. 차입이 확정되거나 리콜되면 이를 다시 실시간으로 잔고에 반영한다.
기관의 주문이 이뤄지고 나면 불법 공매도 중앙차단시스템인 'NSDS(Naked Short Selling Detecting System)가 모든 주문을 재검증한다.
한국거래소에 기관투자자의 자체 잔고관리시스템을 전산연계한 중앙시스템이 구축돼 기관투자자의 잔고, 대차거래 등 변동내역과 매매거래를 집계하고, 매도가능 잔고와 비교해 무차입공매도를 상시 자동탐지한다.
예를 들어 A기관이 B사 주식을 50주 갖고 있었는데, 차입시점 이전에 공매도 주문을 100주 넣었다면 50주만큼 무차입 공매도가 발생했다는 것을 결제일(T+2일) 이내에 확인하게 된다. 무차입공매도 적발내용은 금감원 공매도특별조사단으로 넘어온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방안이 시행되면 형식은 사후점검이지만, 실질적으로 불법 공매도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1단계 시스템을 수탁사인 증권사가 확인한다고 하더라도 투자자의 각종의혹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중앙통제시스템을 통해 사후적으로 불법 공매도를 잡아내면 실질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할 수 없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차입 공매도 감독 사각지대 해소"…공매도 재개는 미뤄질 듯
금융당국은 이번 공매도 전산화를 통해 무차입 공매도 감독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불법혐의 거래를 신속하게 탐지해 불법 공매도를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에는 공매도 조사를 위해 기관을 샘플링하고 투자자로부터 자료를 징구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모든 공매도 거래에서 거래내역이 자동추출돼 나오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앞으로는 투자자가 업틱룰(주식 공매도시 매도호가를 직전 거래가격 이상으로 제시하도록 하는 제도) 적용을 회피할 목적으로 공매도 주문을 일반 매도주문으로 표기한 경우까지 쉽게 적발할 수 있게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동안의 조사는 공매도로 체킹된 것만 대상으로 한 것이었고, 일반매도는 조사할 여력이 부족했다"며 "시스템이 도입되면 불법 공매도가 운좋게 금감원 조사에서 빠져나가는 사례가 아예 없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스템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운영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투자자들이 거래소에 잔고정보를 제공하게 하려면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전산시스템 구축방안을 확정하고, 21대 국회 마지막 회기안에 최대한 입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서두르겠다는 방침이다.
법 개정과 별개로 1단계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는 3∼6개월, 중앙차단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는 1년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정부가 그간 공매도 재개에 전산화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해 온 만큼, 오는 7월로 예정돼 있던 공매도 재개시점은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매도 금지와 관련해 올해 1월 "부작용을 완벽하게 해소하는 전자시스템이 확실히 구축될 때 푸는 것이다. 그게 안되면 계속 금지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매도 재개시점과 관련해 "아직 6월 말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상황을 보면서 의사결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