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석 칼럼] 국가 전반적으로 불황이 길고 깊어지는 가운데 국내 폐기물산업은 활황이다. 성장성, 높은 진입장벽, 고단가 등의 강점으로 시장은 날로 확장되고 있다. 마침내 SK(에코플랜트), 태영(에코비트), IS동서 등 Big3의 3파전 활극이 펼쳐지는 양상이다.
페기물산업이 현재 상황에 이르기까지 단연 대기업과 PE(사모펀드)가 그 중심에 서 있다. 2018년까지는 JP모건, IMM인베스트먼트, Keppel Infrastructure, PE맥쿼리 국제적 PE들이 지분 차익을 목적으로 국내 폐기물업체 인수전에 대거 참전했다. 2019년 이후에는 동부건설, 태영건설 등 대형 건설사들이 경기 노출도가 높은 건설사업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폐기물사업에 다투어 뛰어들었다.
특히, 폐기물 산업의 속성 상, 높은 진입장벽으로 폐기물사업의 신규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상위권업체들을 중심으로 M&A를 위한 투자/자금 수요가 점차 확대될 것이다. 점유율을 확대를 위해서는 기존 가동업체를 인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시장규모는 물론 폐기물산업의 사업영역도 확장되는 추세이다. 전기차 보급이 따라 성장한 폐배터리 시장을 중심으로 Downstream(소각·매립)에서 Upstream(재활용)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 폐기물산업은 산업의 수명주기에서 성숙기에 위치한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폐기물 산업 Big3 등 상위권 업체들은 수처리로 전반적인 사업 안정성을 더하고, 소각처리와 매립처리 부문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위해 고부가가치 재활용을 위한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집위치와 처리장이 가까울수록 돈을 더 버는
그런데, 폐기물산업의 성패는 수집위치와 처리장의 거리와 밀접하게 좌우된다. 수집위치가 처리장과 멀어질수록 처리단가는, 처리비용은 더 올라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애초에 폐기물 발생량이 많은 지역에 처리시설을 보유할 수 있다면 보다 안정적인 거래기반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업장폐기물의 약 70%는 건설폐기물과 산업단지폐기물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폐기물이 많이 발생하는 건설현장과 산업단지 인근 폐기물 처리시설을 보유하고 있다면 폐기물사업자로서는 입지적 강점이 더 생기는 셈이다.
2022년 지역별 폐기물 발생 비중을 살펴보면, 경기지역이 전체 폐기물 발생의 21.9%로 가장 높다. 그리고 충남 10.5%, 경북 10.4% , 전남 9.8%, 서울 8.5% 순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폐기물산업 상위업체들의 지역별 처리시설 보유 현황을 살보면, ‘양대 라이벌’ 에코비트(태영)는 충북과 경북지역에서, SK에코플랜트는 충남과 충북지역에서 처리시설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사세가 뒤지는 ‘넘버3’ IS동서의 경우, 특별히 편중된 지역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
폐기물산업의 사회적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수집위치와 처리장이 가까울수록 돈이 더 된다는 점, 폐기물이 많이 발생하는 산업단지 인근 폐기물 처리시설을 보유하고 있다면 입지적 강점이 더 생긴다는 점. 폐기물업체들이 폐기물이 많이 발생하는 충남, 경북 등 지방의 농촌지역에 처리시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이유이다.
돈은 업체가 벌고 피해는 농어촌지역이 입고
그래서, 폐기물업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산업폐기물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전국 농어촌지역마다 규탄과 반대행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산업폐기물 처리시설 관련 주민대책위와 시민ㆍ환경단체들이 나서서 업체들과 싸우고 있다.
그들의 목소리는 한결같이 합리적이고 단순명쾌하다. “이익은 업체가 벌고 피해는 농어촌지역이 입고 사후관리는 국민세금으로 하는 부정의한 시스템을 바꿔달라”는 것. 지난 총선 직전에는 환경운동연합과 공익법률센터 농본이 주도, 각 정당에 산업폐기물처리의 공공성 확보, 발생지 책임 원칙 확립, 주민감시 보장과 실태조사, 환경영향평가제도 개선, 정책전환을 위한 국회 주관의 정·민·관 합동 TF 구성 등 5개 정책 질의 및 요구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산업폐기물 처리의 공공성 확보’는, 생활폐기물은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고 있는 것처럼 산업폐기물도 민간업체에 맡기지 말고 국가 또는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고 관리하는 역할분담이 필요하다는 요구이다.
‘발생지 책임원칙 확립’은, 자기 지역에서 발생한 산업폐기물은 자기 지역에서 처리하도록 하는 발생지 처리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는 요구이다.
물론 정치권의 대답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이른바 보수진영인 국민의 힘, 개혁신당, 새로운 미래는 무응답, 중도보수인 민주당은 5개 중 2개 찬성, 3개 보류, 진보진영으로 나뉘는 조국혁신당은 4개 찬성, 1개 보류, 녹색정의당, 노동당, 진보당, 새진보연합은 5개 모두 찬성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들 시민·환경단체는, 산업폐기물사업의 피해는 국민과 주민들이 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산업폐기물 처리 정책의 현주소라며, 산업폐기물 처리업체들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허점이 많은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손 보고, 발생지 책임 원칙을 무시하고 규제가 느슨한 농어촌 지역에 시설을 집중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 우리 농어촌지역을 지키려고 대기업과 국제적 사모펀드와 열심히 싸우고 있는 시민·환경단체들은, 예산군 조곡그린컴플렉스 반대대책위원회, 사천시 대진산단 산업폐기물처리장 반대대책위원회, 강릉·양양 지정폐기물매립장 반대대책위원회, 연천군 산업폐기물매립장 반대연대회의, 천안시 성남면, 수신면, 동면 지정폐기물매립장 반대대책위원회, 평택 청북폐기물소각장 반대대책위원회, 곡성 겸면토석채취장 폐기물처리장반대주민대책위, 전남 벌교 지정폐기물매립장 반대대책위, 산업의료폐기물문제해결을 위한 경북공동대책위원회, SRF발전소 및 소각장대책전국연대, 영주납폐기물 제련공장 반대대책위, 중앙환경운동연합, 전북환경운동연합, 대구환경운동연합, 충남 환경운동연합,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공익법률센터 농본, 내성천보존회, 평택시민환경연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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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정기석(tourmali@hanmail.net)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경상국립대 창업대학원 6차산업학과 비전임교원
前 국회정책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