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남의 에듀컬처] 천지에서 생명들의 박동소리가 들려오고 한 겨우내 추위에 움치고 떨던 꽃과 나무들이 제 철을 맞아 피워낸 꽃망울과 연록의 새순들이 싱그럽기 그지없다. 감나무, 모과나무, 꽃사과도 새순을 돋웠다. 모두들 새 생명의 등불을 밝혀들고 있다.
남녘에는 벚꽃이 만발했다. 곧 색다른 봄꽃들이 산천을 뒤덮을 것이다. 이제 어느덧 4월이다. 자신이 처한 현실과 그 현실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4월은 다르게 다가온다.
T.S. 엘리엇은 ‘황무지’라는 시에서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이해인은 ‘4월의 시’에서 ‘내일도 내 것이 아닌데 내년 봄도 너무 멀지요/ 오늘 이 봄을 사랑합니다/ 오늘 곁에 있는 모두를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4월이 문을 엽니다’라고 노래했다.
이처럼 4월은 복잡한 심경이 교차하는 묘한 달이다. 오랜만에 쏟아지는 햇볕을 쬐며 몸속에 남아있던 지난 계절의 우울한 그늘을 말린다. 활짝 펼쳐 뽀송뽀송하게 말린다. 햇볕이 금가루 같고, ‘봄의 축복’이 온몸을 휘감아돈다.
시인들만 아니라 많은 가수들도 4월의 아픔과 희망을 노래했다. 1950~60년대 ‘팝의 황제’는 엘비스 프레슬리였지만, 그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린 팻 분과 그가 주인공으로 출연해 부른 노래 ‘4월의 사랑(April Love)’은 올드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팻 분은 당대의 여배우 셜리 존스와 뮤지컬 코미디 <4월의 사랑>에서 열연하며, 솜사탕같이 달콤한 노래로 꽃향기를 실어날랐다. ‘4월이 오면 그녀도 오겠지/ 봄비로 개울이 불어 넘치는/ 5월이 오면 그녀는/ 내품에 쉬면서 머물겠지.’
4월을 대표하는 우리 노래 중 하나는 ‘봄봄봄’이다. 이 노래는 새로운 시작과 함께하는 봄의 설렘을 담은 곡으로, 가사와 멜로디가 상쾌하고 경쾌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 외에도, ‘벚꽃엔딩’이나 ‘꽃길’ 등 봄의 아름다움을 담은 곡들도 있다.
사이몬과 가펑클의 ‘4월이 오면(April come she will)’, 길옥윤-패티김 콤비의 ‘4월이 가면’도 4월을 노래한 명곡이다. 인디언들은 4월을 ‘얼음이 풀리는 달’(히다차 족)이라고 하고, ‘생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 달’(검은발 족)이라고도 했다. 우리의 4월은 어떤 달일까? 4월은 감성이 풍부한 달이다. 누구나 시인이 되고, 문인이 되는 달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지는 달이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별처럼 피어나는 목련꽃 아래에 서면 박목월 시인의 ‘사월의 편지’가 저절로 흥얼거려지는 시절이다.
편지를 주고받음은 사람 사이 ‘정’의 교환이다. 편지는 진한 감동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오는 ‘베르테르의 편지’는 못다 이룬 사랑에 가슴앓이하는 그 시대 젊은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업무나 일상 속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나를 머물게 하고, 그들 또한 나의 마음에 고이게 하기 위해 감사의 편지, 사랑의 편지를 보내보자. 직장동료, 일터에서 만난 사람들, 오래 전 도움이 되어준 분들, 설렘을 준 사람, 가족과 형제 등에게 마음의 편지를 보내보자.
편지를 받은 사람들의 반응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편지로 전하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메시지가 일상에서 어떤 기적을 만드는지 직접 경험해보길 권유한다. 마치 오랜 세월을 함께 했던 사람처럼... 편지는 그렇게 마법을 부릴 것이다.
현대인의 불행은 ‘소통의 부재(不在)’에 있다. 진실한 마음을 전하고 닫혔던 벽을 허무는데 편지보다 좋은 것은 없다. 꽃은 눈을 즐겁게 하지만, 편지는 가슴을 설레게 한다. 문장이 좀 틀리면 어떻고, 글씨가 좀 삐뚤빼뚤하면 어떤가. 내 마음을 고이 담아 편지를 써보고 싶은 4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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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조석남 (mansc@naver.com)
- 한국골프대 부총장
- 전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 학장
- 전 서울미디어그룹 상무이사·편집국장
- 전 스포츠조선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