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입 늘자 코스피 회복세…“밸류업 정책 강도가 분기점 될 것”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외국인투자자들이 이달 들어서만 국내 주식을 7조원 넘게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저평가를 받아왔던 기업들에 대한 수혜 기대가 커지면서 물량이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2월 들어 전날까지 7조1663억원을 순매수했다.
전년 동기(1조9773억원) 대비 262% 넘게 증가한 규모다. 2000년 이후 월간 기준으로 따지면 2013년 9월(7조6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수준이다.
지난달 순매수액 3조5001억원에 비해서도 2배를 넘어섰다. 올해 들어서만 10조662억원어치 사들인 것으로, 순매수액이 10조를 넘긴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이에 지난달까지 부진했던 코스피 지수는 크게 반등해 2600선 중반을 회복했다.
국내 증시를 향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증폭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말 민생토론회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처음 거론하면서부터다.
그 이후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일이 가까워질수록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종목에 대한 매수세를 폭발적으로 늘렸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코스피 종목들과 반도체주를 집중해서 사들였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외국인이 순매수한 상위종목을 보면 줄곧 1위 자리를 지켰던 삼성전자가 11위까지 밀려났다. 대신 현대차가 1위를 차지했고, SK하이닉스, 삼성물산, 삼성전자우, 기아, SK스퀘어, 하나금융지주, KB금융, 삼성생명, KT 순이다.
상위에 금융주를 비롯 저PBR주라고 할 수 있는 대형주들이 이름을 올린 게 특징이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상위에 있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에스디에스, 포스코퓨처엠, 한진칼 등은 빠지고 하나금융지주, 삼성생명 등이 진입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26일 발표될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방안에 정부의 실향 의지와 현실성을 확인한 뒤 외국인 수급 변화가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를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밸류업 기대로 이미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는 측면에서 조정을 받겠지만, 밸류업 프로그램의 정책 강도가 분기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전문가는 "현금 여력이 있는 종목들 중심으로 차별화가 진행 중인 가운데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