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환승 칼럼] 오늘날 스마트폰은 더 이상 통화를 의미하는 폰이 대표적 기능이 아니라 휴대용 컴퓨터이고 TV도 역시 대화면을 가진 컴퓨터일뿐이다. 스마트폰으로 우리는 전화보다 메신저, 영상 통화, SNS, 유투브 등 인터넷 단말기로 많이 사용한다. 초기에 등장한 PDA(개인용 디지털 보조기, Personal Digital Assitant)로 손바닥에 들고 다니는 팜탑(Palm Top) 컴퓨터에 무선인터넷이 결합되었다. 그래서 ‘핸드컴’이나 ‘휴대컴’으로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린다.
며칠 전에 발표된 갤럭시 S24에는 CPU에 3차원 그래픽 처리기인 GPU외에도 AI를 위한 NPU(뉴럴 연산 처리기)가 포함되어 본격적인 온디바이스 AI시대를 가져왔다. 지금까지 클라우드에 접속해서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서 벗어나 핸드컴에서 통역기능을 실행해서 서비스하므로 실시간 처리가 가능해졌으며 통신이 단절된 지역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AI 스마트폰의 시작이라는 문구가 적절한 표현으로 언젠가는 실현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청룡의 해를 맞이하는 새달부터 바로 사용이 가능하며 기존에 판매된 S23과 플립폰, 폴드5에서도 지원되어 금년 내로 1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할 전망이라고 한다. 이제 제2외국어 학습열기가 줄어들지 않을 까 전망되기도 하고 대학에서는 외국 학생을 위해 영어강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인간은 이제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13명의 통역사를 대동하고 다니는 만국 유람 여행가인 셈이고 각국을 여행하는 유투버들이 더 증가되어 이란의 계단식 흙집마을 사르아카 세이예드 등 세상에 숨겨져 있다시피한 오지 곳곳을 간접 체험하게 될 것이다. 13개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의 수는 영어 59개국, 스페인어 21개국 프랑스어 29개국, 포르투갈어 9개국 등 대략 139개국 정도 된다.
AI는 창작기계
러시아어가 포함되었다면 카자흐스탄, 키르키즈스탄 등 소련에 포함되었던 국가들이 상당수 포함될 텐데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누락시킨 점이 눈에 띈다. 현재 포함된 13개국 언어에는 태국어와 베트남어, 폴란드어까지 포함되었는데 기술의 발전으로 내년에는 더 많은 국가가 추가되어 197개국을 무비자로 방문할 수 있는 세계 2위의 대한민국의 여권파워를 활용하는 일만 남았다.
부뚜막의 소금처럼 여행을 할 수 있다고 해도 가지 않으면 소용없다. “바보는 방황을 하지만 현명한 사람은 여행을 한다.”는 말이 있다. 18세기에 남미대륙과 중앙아시아를 탐험한 독일의 알렉산더 훔볼트, 19세기 초에 자연의 진화를 알고자 여행한 영국의 다윈처럼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AI와 로봇으로 점차 일할 필요가 없게 될 인간은 가볼 곳 많은 지구촌을 유람하러 떠나는 것이다.
계산을 목적으로 개발된 컴퓨터는 데이터 처리와 분석 도구를 거쳐 오늘날 정보를 주고 받는 인터넷 단말기로 주로 사용되며 최근에는 AI 기계로 진화하고 있다. 자동차는 땅 위로 움직이는 기계장치에서 바퀴 달린 가전제품으로 변신하고 있으며 다시 움직이는 거실로 진화 중이다. 한편 미래에는 하늘을 날아가고 바다 위와 물속으로도 가는 전천후 이동수단으로 진화할 것이다. 이미 플라잉카는 2025년부터 중국에서 세계 최초로 시판 예정으로 준비 중이다.
산업혁명의 주인공 제임스 와트는 “나는 온 세상이 가지고 싶어 하는 '힘'을 판다”고 했다. 이제 인간은 “온 세상이 더 가지고 싶어하는 ‘뇌’”를 가지게 되었다. 인공지능은 인공뇌 즉 기계로 만든 뇌라고 할 수 있으며 24시간 365일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인류 전체가 동시에 공유할 수 있다. 그리고 인류 역사상 어느 인간보다 더 똑똑하고 빠르다.
아래 그림은 오징어를 탄 소년과 한과와 초콜렛으로 만든 다양한 색상의 도시를 그려달라고 한 결과다. AI는 기본으로 4장을 그려주는 데 사실 모두 잘 그려주어서 선택하는 데 고민을 해야 한다. 현대인의 물질 풍부와 과잉 섭취에 따른 다이어트처럼 AI에게도 “적정 생성 기능”이 필요하다.
AI와 공진화하는 인간
용의주도(用意周到)란 “꼼꼼히 마음을 써서 일에 빈틈이 없다”를 의미하는 데 결국 모든 가능성을 검토한다는 것으로 컴퓨터가 잘하는 일이다. 몇 가지 사물이나 개념을 주고 모든 결합 가능성을 고려해서 컨텐츠를 생성하는 AI는 인간이 깜빡하고 놓치는 단점이 없다. 마치 이 세상에 대해서 모두 다 알고 있는 어린이가 그림을 그리듯이 제약없는 상상을 펼쳐서 그린다.
산업혁명은 인간에게 신체적 한계에 따른 물리력의 평준화를 주었다. 그래서 여성도 동등하게 군대에 입대해서 전투에 참여할 수 있으며 총기를 휴대한 아이들도 어른을 제압할 수 있다. AI 혁명은 인간이 가지는 지능의 평준화와 함께 창작 재능의 평준화도 가져왔다. 상상하는 모든 컨텐츠를 뚝딱하고 마법사 지니와 같은 창작도구를 누구나 소유하게 된 것이다. 단 마법의 지팡이도 주문을 외워야 하듯 원하는 것을 “지시문”으로 표현은 할 줄 알아야 한다.
카메라의 개발은 미술가들을 추상화로 옮겨가게 만들었다. 오늘날 예술가들은 AI가 만들 수 없는 창작물의 영역으로 진화해야 하며 과연 어떤 새로운 세계가 있을 것인지 고민할 수 밖에 없다. 인간이 하던 많은 일을 대신 할 수 있는 AI 로봇과 만능 창작 기계를 가질 인류는 이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오랜 세월 인류가 지구를 지배하는 데에 오직 인간들끼리만 경쟁했을 뿐이었지만 AI의 등장은 새로운 역할을 찾아야 할 단계가 왔다. AI와 더불어 사는 방법으로 공진화해야만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중국 사천성의 절벽마을은 급경사를 오르는 데만 4시간이 걸리는 산속에 있다. 그러나 이곳에도 전기가 들어오고 휴대폰이 개통되었다. 도시로 나간 한 청년이 돌아와서 이곳의 생활을 SNS에 올리면서 유명해지고 이제는 외지의 관광객들이 찾아오면서 마을 살림이 나아졌다고 한다. 산간오지가 무선통신으로 도시와 같은 핫플레이스가 된 것이다. 지구촌의 마을들을 이처럼 현대 도시와 같이 평준화하는 일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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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용환승(hsyong@ewha.ac.kr)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졸업, 대학원 공학박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원,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
한국정보과학회 부회장, 한국소프트웨어감정평가학회 회장
현 이화여자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