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남의 에듀컬처] ‘통합(統合)’과 '포용(包容)‘이 갑진년 새해 최고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통합’의 선제조건이 ‘포용’이라면, ‘포용’의 궁극적인 목표는 ‘동행(同行)’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동행’과는 거리가 먼 극단주의로 치닫고 있다.
‘사상의 은사’라 불리던 리영희 교수는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했다. 새가 똑같은 두 개의 날개가 있어야 날 듯이 우리가 사는 세상도 좌와 우가 공존해야 제대로 된 세상이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좌우 날개로 나는 건 좋은데 몸통은 없고 날개만 기형적으로 커진 ‘괴물’ 같은 형상이 작금의 안타까운 우리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따뜻한 정부’를 키워드로 내세웠지만,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통합과 협치 관련 언급은 없었다. 이어 새해 벽두부터 발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이 불러온 충격과 자성의 목소리가 여야 정치권을 넘어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닿고 있다.
여야의 극단적 대결 정치와 증오로 가득찬 정치인들의 언어가 이번 사건 같은 극단세력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상생’과 ‘동행’이라는 정치 본연의 모습을 찾는 데 누구보다 대통령이 먼저 나서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높은 것이다.
정치의 정점에서 국민과 여야 모두를 화합하는 메시지를 담아야 하는 게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국정 기조를 선명하게 전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대통령의 언어는 국민 분열이 아닌 통합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상대방을 타도의 대상으로 보는 정치적 언어는 그만하고 '통합과 공존의 정치를 만드는 데 여야 모두 한 목소리로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를 ‘동행사회’로 만드는 것이 행복한 국가를 만드는 길이다. 우리의 현주소인 빈부 양극화, 세대간 갈등, 이념 대립은 동행의 길을 가로막고 있다. 지역·세대·빈부간 격차가 많은 우리 사회는 소위 '격차사회'다. 격차사회의 단절에서 동행사회의 행복으로 이 사회의 방향타를 바꾸어야 한다. 부자와 빈자의 동행, 여당과 야당의 동행, 좌파와 우파의 동행, 외국인·다문화가족과의 동행….
동행에는 선행돼야 할 조건이 있다.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다른 것을 이해해야 동행이 가능하다. 동지와의 동행보다 다른 세력·적과의 동행이 더 가치 있는 일이다. 적을 원수로 생각하지 말고 동행자로 여겨야 한다. 특히 상대방과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태도가 필요하다.
'홀로선 나무는 숲을 이루지 못한다.' 세상 살아가는 이치도 마찬가지다. 요즘처럼 반목과 갈등이 심화되고 '내 탓'보다는 '네 탓'이 넘쳐나는 시절일수록 더 많이 생각나는 말이다. 우리 사회는 남의 도움 없이 혼자서는 일을 이루기가 매우 어렵다. 그런데도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게 우리다.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반드시 남을 꺾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 약자는 배제되고 힘이 센 쪽만 행복을 독차지해서도 안 된다. 약자는 배제되고 힘이 센 쪽만 행복하면 결국 공룡의 최후처럼 강자나 약자 모두 공멸할 수 있어서 그렇다. 공멸을 막으려면 강자와 약자가 손잡고 동행해야 가능하다.
이럴 때일수록 화합과 동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화합과 동행이 이루어지려면 배려 속에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며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갈등도 이런 마음 속에서는 용해될 수밖에 없다. 핍박하고 저주하는 말과 행동보다 사랑하고 축복하는 말과 행동이 더욱 좋지 않겠는가.
'아름다운 동행'을 위해 우리는 새롭게 가야 한다. 먼저 그늘진 사회,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아야 하며 아집이 동반된 욕심이 더 이상 공정과 평등을 깨뜨리게 해서도 안된다. 물론 상대방과 경쟁하면서 각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 이런 사회에서 살아가다 보면, 대립과 반목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인간사회에서 일어나는 이런 현상은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면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진정으로 관대하고 강한 사람만이 용서와 사랑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시대정신이었던 프랑스의 역사가 볼테르는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의 말할 자유를 위해서는 같이 싸우겠다"는 명언을 남겼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해야 한다. 좌우, 빈부, 세대, 지역의 극단을 모두 아우르고 넘어서야 보다 희망찬 2024년, ‘동행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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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조석남 (mansc@naver.com)
- 한국골프대 부총장
- 전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 학장
- 전 서울미디어그룹 상무이사·편집국장
- 전 스포츠조선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