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 기자] 카카오페이의 미국 종합증권사 시버트에 대한 경영권 인수 무산으로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카카오페이는 20일 미국 종합증권사인 시버트의 경영권을 인수하지 않겠다는 골자의 계약변경 사항을 공시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4월 시버트의 지분 51.0%를 두차례에 걸쳐 약 1039억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5월에 지분 19.9%(807만5607주)를 취득하는 1차 거래를 마쳤다.
나머지 지분(2575만6470주) 인수는 내년 중 2차 거래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10월부터 카카오 경영진의 사법리스크가 본격화하면서 암운이 드리웠다.
10월에는 SM엔테터인먼트 인수당시 시세조종 혐의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CIO)가 구속된 데 이어, 김범수 창업자(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와 홍은택 당시 총괄대표까지 같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자 시버트측은 지난달 "2차 거래를 종결하기 어려운 '중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했다고 판단한다"는 내용의 서신을 보낸 데 이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공시자료에서 '중대한 부정적 영향'의 의미에 대해 한국 당국이 카카오페이와 모기업 카카오에 '조치를 하는'(taking action)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금융관련 문제로 수사를 받는 카카오에 금융사 지분을 넘기기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다.
시버트 인수를 추진했던 카카오페이는 "앞으로도 이사회 멤버로 지속적인 협력기회를 모색하고, 양사의 비즈니스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당분간 경영권 인수 재추진을 비롯한 적극적인 협력은 현실적으로 실행이 어렵다고 봐야 한다.
카카오는 법인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상황이라 금융사 인수는 커녕, 기존에 보유한 카카오뱅크의 1대 주주 지위도 자칫 내려놔야 할 상황에 몰릴 수 있다.
카카오 법인의 유죄가 확정되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보유지분(27.17%) 가운데 10%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처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간 카카오는 20% 수준인 해외사업의 매출 비중을 2025년까지 3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한국을 넘어서) 전략을 추진해왔다.
시세조종 의혹에 휘말린 SM엔터테인먼트 인수도 이런 전략의 연장선이었다.
김 창업자는 지난해 3월 카카오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면서 그룹의 글로벌 확장으로 업무중심을 이동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간 이런 전략의 일환으로 인수합병을 통해 해외 사업을 확장해온 카카오 그룹의 전략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무산된 카카오페이의 시버트 인수건 외에도 카카오모빌리티응 유럽 최대 차량 호출·택시 플랫폼 '프리나우'(FreeNow)의 인수를 추진중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두달간 프리나우에 대한 실사를 진행했으며, 연내 지분 약 80% 인수를 목표로 예비입찰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카카오페이의 시버트 경영권 인수결렬과 같은 상황이 재현될 여지가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가천대 이승훈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의 경우 기업의 대주주 적격성에 문제가 있다면 정부 승인이 요구되는 금융기업을 인수하기 어렵다"며 "해외 당국에서 승인을 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다른 영역에서는 적격성 심사기준이 덜 까다로울 수 있지만, 대주주가 수사받는 상황이라면 심사에 모종의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