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한은,미국 인하 확인한 뒤 내년 하반기 금리인하 시작할 듯"
[서울이코노미뉴스 한지훈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3일(현지시간)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를 시사하면서,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연준이 '금리가 정점'이라고 언급하고 내년 세차례 금리인하를 시사하면서, 금융시장은 사실상 긴축이 끝났다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은으로서는 일단 양국 금리격차가 현재 2.00%포인트(p)를 유지함으로써, 원화가치 추가하락과 외국인 자금유출 등의 압박을 덜게돼 안도하는 모습이다.
◇금리인상 중단 시사한 연준…증시 사상최고치 경신,국채금리 급락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 목표범위를 5.25∼5.50%로 동결했다.
지난 9월과 11월에 이어 세번째 연속 동결이며, 한국(3.50%)보다는 2.00%p 높은 수준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긴축 국면에서 기준금리가 정점이나 그 근처에 도달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사실상 금리인상 중단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공개한 연준 경제전망 보고서에 포함된 연준 위원들의 금리전망 점도표를 언급하며 "추가 금리인상이 적절하지 않다는 게 FOMC 참석 위원들의 관점"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날 공개된 점도표에서 연준 위원들은 내년 기준금리 중간값을 4.6%로 예상했다. 현재 금리(5.25∼5.50%) 대비 세차례 금리인하를 반영한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내년 1분기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에서는 연준이 내년 3월 FOMC에서 정책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80.8%, 동결할 가능성을 19.2%로 보고 있다.
연준의 완화적 태도에 미국 국채금리는 급락했다. 미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오후 증시 마감무렵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4.02%로 하루 전 같은 시간 대비 18bp(1bp=0.01%포인트) 급락했다.
이는 지난 8월8일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통화정책 변화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같은 시간 4.44%로, 하루 전 대비 29bp나 급락했다.
증시는 강세를 나타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지수는 사상 처음 37,0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 1월4일의 고점기록(장중가 기준 36,934.84)을 약 2년 만에 경신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1.37% 오르며 지난해 1월 이후 약 2년만에 4,700선을 회복했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1.38% 상승했다.
◇한은 기준금리 인하 언제쯤…"내년 2분기쯤 인하 시작할 듯"
연준이 금리인상 중단을 시사하면서 한은도 본격적으로 금리인하 시점을 고민하는 장고에 들어갔다.
한은 입장에서는 그동안 기준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딜레마 상황이 계속됐다.
먼저 경기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위험 등 금융시장 불안요소가 여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 불어나는 가계부채와 물가 불확실성, 미국과의 금리차를 고려하면 금리를 내리기도 어려운 진퇴양난 상황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종료된다면 한은 입장에서 인상압박 요인을 하나 덜 수 있지만, 한은이 당장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앞으로 가계대출 증가 폭이 더 커지고 유가·누적된 비용인상 압력 등으로 물가가 급등할 경우 추가인상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통화정책 방향회의후 간담회에서 "저(이창용 총재)를 뺀 6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4명이 3.75%로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라며 금통위원 과반이 0.25%p 인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 방향회의 의결문에서도 "물가가 당초 전망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2%)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둔화흐름, 금융안정 리스크(위험), 성장하방 위험, 가계부채 증가추이, 주요국 통화정책 운용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추가인상 필요성을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은이 미국의 금리인하를 확인한 뒤, 내년 2분기쯤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내년 2분기부터 정책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며 "한국의 경우 상반기 급격한 경기둔화가 없을 수 있어 7월쯤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도 "소비지출 여력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미국은 5∼6월쯤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국은 환율 등 변수가 없다면 연준이 금리를 인하한 뒤인 7월쯤 인하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