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중국에서 공식통계에 안잡히는 정부의 '숨겨진 부채'가 약 7조~11조달러(약 9100조~1경4400조원)로 추산된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월스트리트 은행들이 추산한 중국 정부의 총 '부외'(off-balance-sheet) 부채 규모를 이같이 소개하면서 "숨겨진 부채 중 4000억달러(약 524조원)에서 8000억달러(약 1050조원) 이상이 특히 문제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경제학자들의 견해도 전했다.
부외부채란 대차대조표 등 공식데이터에는 잡히지 않는 부채를 의미한다. 중국에서는 전국의 시와 지방정부가 수년간 확인되지 않은 차입과 지출로 인해 막대한 양의 숨겨진 부채를 축적했다.
여기에는 도로, 교량을 포함한 기반시설을 건설하거나 기타지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돈을 빌린 수천개의 자금조달용 특수법인인 'LGFV'(local government financing vehicles)이 발행한 회사채 등 채무가 포함된다.
신문은 중국의 부외부채 실제총액이 얼마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최근 1년간 지방정부 부채가 지속 불가능한 수준이 됐다는 사실은 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중국 중앙정부도 지난 11월 초 "지방정부의 숨겨진 부채 위험을 예방하고 해결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예의주시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신문은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전날 중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것도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문제와 연관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정부와 국영기업에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WSJ는 그러면서 중국 지방정부가 소위 '특별 재융자 채권' 발행을 긴급히 추진하는 데에도 주목했다. 10월 이후 30개 가까운 성·시·자치구에서 이같은 방식으로 조달한 채권규모는 2000억달러(약 262조원)에 달한다.
중국 당국자료를 보더라도 올해 11월까지 중국 지방정부가 발행한 채권규모가 많이 늘어났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중국 제일재경은 지난 4일 공채발행자료를 토대로 "올해 11월까지 전국 지방정부 발행채권은 약 9조1400억위안(약 1672조원)으로, 지방채 발행액이 처음으로 9조위안을 돌파했다" 고 보도했다.
문제는 특별재융자 채권 발행이 빚을 빚으로 돌려막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경제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리스크 컨설팅 기업인 로디엄그룹의 로건 라이트 중국시장 연구책임자는 "실제로는 구조조정 계획이 아니라 재융자 계획이어서 대부분의 지방정부 부채 문제는 그대로 유지된다"며 "부채연장이나 교환은 부채상환을 위해 더 많은 재정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성장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