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 기술 후퇴 위기…다수 선진국 경쟁 한창인데 한국만 역행”
[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내년도 예산 심사 과정에서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연구개발(R&D) 등 원전 생태계 조성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자 에너지업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SMR은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을 결정했고 지난 대선 때 민주당도 공약으로 내놨던 사안이었던 만큼 여당과의 강대강 대치에 따른 보복성 예산 삭감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SMR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우리만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SMR은 기존 원전의 증기 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을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한 소형원자로로 탄소배출이 거의 없고 안전성이 높아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원전 관련 예산 7개 항목 1831억원을 전액 삭감한 내년도 산업통상자원부 예산안을 단독 의결했다.
원자력 생태계 금융지원을 위한 예산 1000억원을 비롯해 i-SMR R&D, 원전 수출 보증, 원자력 생태계 지원, 무탄소에너지(CFE) 연합 지원, SMR 제작지원센터 구축 등에 쓰일 예산이 모조리 삭감됐다.
민주당은 원전 중소·중견 기업에 저금리로 대출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 1000억원은 ‘지원 대상이 포괄적이고, 선정 기준이 불명확하다’며 뺐고, 원전 기업과 인력을 지원하는 112억원도 ‘원자력이 아닌 재생에너지 확대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는 이유로 전액 삭감했다.
또 내년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는 신한울 3·4호기에 부품을 공급할 중소·중견 기업용 보증보험 지원 예산(58억원)도 모두 빠졌다. 원전 중소·중견 기업을 위한 수출 보증보험 발급 예산 250억원도 전액 삭감됐다. 차세대 원전 기자재 R&D를 위한 예산 60억원도 ‘재생에너지 R&D 예산이 과다 삭감됐다”며 모두 잘렸다.
반면 민주당은 지난 정부 탈원전 정책의 하나인 원전 해체 R&D 사업엔 애초 배정된 433억원에서 256억원을 추가로 늘렸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보급 지원 사업에 정부안보다 1620억원, 금융 지원 사업에는 2302억원 늘렸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한전공대) 지원 예산도 167억원에서 127억원이 늘어난 294억원이 됐다.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이러한 예산안이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SMR R&D 지원이 쪼그라드는 것은 물론 원전 생태계 복원에도 심각한 차질을 생길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원전업계 관계자는 “예산이 삭감되면 민간을 포함한 전체적인 연구개발 속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죽다피시 했다가 겨우 회생하는 원전 생태계를 두 번 죽이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만으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없는 상황에서 SMR은 신재생에너지의 보완재 역할을 한다”면서 “다수 선진국에서 SMR 개발 경쟁이 한창인데 한국만 역행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SMR 시장 규모는 2019년 약 5조9000억원에서 2027년 약 13조4000억원, 2040년 약 386조원(3000억 달러)으로 급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전 세계 70여개 기업이 SMR 노형 개발에 돌입하는 등 시장 경쟁에 나섰고 미국·러시아·중국·영국 등 각국 정부는 대대적인 지원책으로 기업의 기술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21일 논평에서 "미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경쟁국들은 앞다퉈 SMR(소형모듈 원자로) 기술 개발에 1조원 넘는 금액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거대 야당의 횡포로 뒤처질 위기에 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이념으로 결정한 탈원전 정책의 실패를 바로잡으려는 윤석열 정부의 노력에 보복성 발목잡기에 나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가재정법상 예산 증액은 기재부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만큼,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예산안은 반드시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