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의 한가위’...어려운 이웃과 따뜻한 온기를 나누는 명절
‘가족들의 한가위’...어려운 이웃과 따뜻한 온기를 나누는 명절
  • 조석남
  • 승인 2023.09.20 10:28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금 덜 먹고 덜 쓰고 해서 주위에 따뜻한 온기를 나누고 베푸는 모습을 보이면 좋을 듯

[조석남의 에듀컬처]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秋夕·한가위)이 한주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추석은 그래도 나름 풍성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우선 절기상 추분을 지나 추석이 들어 햇곡식 구색은 맞출 수 있을 듯 하다. 5일장은 제법 팔고 사려는 사람들로 대목을 맞았다. 몇해 동안 코로나 여파로 명절 나들이를 주저하던 자식네들이 이번에는 많이들 ‘내려온다’고 기별한 모양이다.

신라 제3대 유리왕 9년(서기 32년), 6부의 여자들을 두 편으로 가른 다음 왕녀 두 사람이 거느리고 7월 16일부터 길쌈을 하도록 시켰다. 8월 15일에 그 공이 많고 적음을 살펴 진 편은 술과 밥을 장만해 이긴 편에게 사례하도록 했다. 이 때 노래와 춤, 온갖 유희가 일어나니 이를 가배(嘉俳)라 했다고 『삼국사기』는 전한다. 이렇게 긴 세월 동안 변하고 다듬어져 온 명절이 한가위다.

음력 8월 15일은 가을의 한 가운데 달, 또한 8월의 한 가운데 날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추석을 가배(嘉俳), 가배일(嘉俳日), 가위, 한가위, 중추(仲秋), 중추절(仲秋節), 중추가절(仲秋佳節)이라고 여러가지로 부르는 이유도 여기 있다. 가위나 한가위는 순수한 우리말. 가배는 가위를 한자의 음과 뜻을 빌려 쓴 것이다.

한가위는 예로부터 이 땅의 서민들이 꿈꾸던 유토피아의 현실적 모습이었다. ‘오월 농부, 팔월 신선’이란 말처럼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벌인 고된 일판을 마감하고 선선해진 날씨 속에서 여유롭게 노동의 결실을 거두어들이기 시작하는 때가 팔월이었다. 그 중에서도 한가위는 햅쌀을 비롯한 수확물로 차례를 지내며 조상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가족과 이웃이 정을 나누는 축제의 날이었다.

비록 일상에서는 먹고 살기가 힘들더라도 이날만큼은 의복을 단정히 차려입고 평시에 먹을 수 없는 절식(節食)을 맛보는 한편, 여러 가지 놀이를 즐기며 ‘사람다운 사람’으로 지낼 수 있었다. 그렇기에 서민들은 매일 매일이 한가위 같기를 꿈꾸며 궁핍한 일상을 견뎌내곤 했다.

현대인에게 한가위는 어떤 의미일까. 달빛 밝은 밤, 온 식구가 모여앉아 음식을 장만하고 송편을 빚는 풍경은 우리네 행복의 원형이다. 소소한 일상을 얘기하다보면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추억은 이제 그리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

언제든지 전화를 하고, 스마트폰으로 얼굴을 보며 대화하고, 필요하면 언제든지 갔다올 수 있게끔 교통이 편리해진 탓이다. 설레고 즐거워야 할 날이지만 어떤 사람들에겐 더 서럽고 쓸쓸하기만 하다.

세월이 갈수록 고향의 이웃은 줄어들고 사는 모습도 바뀌고 있다. 정갈하게 가을걷이 해놓고 마을길 누비던 어른들은 어느덧 늙고 병들어 하나둘씩 생을 접는다. ‘그런 게 사는 이치’라고 아무리 되뇌어봐도 허전하긴 마찬가지다. 명절이면 치르는 귀성 전쟁은 저마다 마음속에 남아 있는 고향을 어떻게든 지켜내려는 몸부림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찾아갈 고향이 있다는 것은 큰 위안이다.

농촌 들판에도 벼 이삭이 노랗게 올라오고 있다. 올해도 더 이상의 태풍만 없으면 대풍년이다. 이런 대풍에도 모두 즐겁고 기쁜 것은 아닌 모양이다. 지역경제는 어렵고 중소기업들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사회의 긴장도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여야는 극한 대립으로 민생에 대한 논의는 뒷전이다. 교단에서는 선생님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교권을 세워달라’고 외치고 있다. 한가위 밝은 달에게 ‘제발, 나라부터 안정시켜달라’고 빌고 싶은 심정이다.

이번 한가위에는 특히 외롭고 불우한 이웃들을 한번쯤 돌아봤으면 한다. 제 몸 하나도 간수하기 힘들고 제 가족 챙기기도 어려운 처지에 주변이나 남을 돌아볼 여유를 갖기는 힘들 것이다. 극심한 경제난 속에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불안하고 움추린 마음임을 잘 안다. 하지만 경제가 어려울수록 더욱 힘들어지는 계층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 점에서 조금 덜 먹고 덜 쓰고 해서 주위에 따뜻한 온기를 나누고 베푸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옛부터 내려오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8월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헛말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조석남 (mansc@naver.com)

- 한국골프대 부총장

- 전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 학장

- 전 서울미디어그룹 상무이사·편집국장

- 전 스포츠조선 편집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