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탄탄하던 벤처1세대 대표기업. 주력제품 셋톱박스 사양화에 사업다각화 모빌리티 사업도 잘 안돼
창업자겸 최대주주 변대규 회장은 회사가 18년이후 이 상태인데도 7년째 네이버 이사회의장 겸임외도중
[서울이코노미뉴스 최영준 기자]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는 지난 14일자로 휴맥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안정적)으로, 기업어음 및 전자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B+로 각각 하향조정한다고 16일 밝혔다.
휴맥스는 창업자 변대규 회장과 함께 한때 우리나라 벤처 1세대 대표기업 및 기업인으로 유명했으며 탄탄한 재무구조와 성장성을 자랑하던 기업이다. 하지만 주력제품 셋톱박스가 케이블TV 사양화에 따라 성장이 정체되자 최근 모빌리티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혀왔다.
휴맥스의 기업어음증권에 대해 한기평의 신용등급 평가는 2018년까지만 해도 A3+였으나, 2019년 A3, 2020년 A3- 등으로, 5년 사이에 3등급이나 강등됐다. 2020년 이후 3년간 그래도 A3-를 유지해주다가 이번에 다시 하향조정한 것이다.
한기평은 휴맥스의 신용등급을 정크(쓰레기)본드라는 B등급까지 강등하는 이유로, 매출 감소세는 진정되었으나, 영업실적 개선폭이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고, 잇따른 지분투자와 대규모 관계기업 투자손실 지속으로 재무안정성이 저하된데다 단기간내 영업실적 회복 및 재무구조 개선도 어려울 전망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휴맥스 매출은 장기간에 걸친 셋톱박스 수요 위축으로, 2018년 이후 빠르게 축소되었으며, 영업수익의 변동성 역시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2021년의 경우 미국 수요 위축, DRAM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부담 증가로 연결기준 매출액이 전년대비 26% 급감하며 50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22년 들어 소규모 셋톱박스 사업자 폐업 등에 따른 점유율 확대, 원가상승분 일부의 판매가 반영 등으로 매출액이 7.1% 상승하며 외형 감소세가 진정되었으나, 계속 영업적자(53억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전년동기와 유사한 수준의 매출을 기록하는데 그친 점을 감안할 때, 저하된 재무안정성 회복을 위한 이익창출력 개선에는 시일이 필요하다고 한기평은 평가했다.
휴맥스는 또 2018년 이후 차량용 안테나, 모빌리티 등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투자를 지속해오고 있다. 2019년 공동기업인 휴맥스모빌리티를 통한 하이파킹 인수, 2021년 하이파킹을 통한 하이그린파킹 인수 등으로, 모빌리티 사업에 진출하면서 투자규모가 확대되며 재무부담이 가중되었다.
그러나, 하이파킹을 제외한 대부분의 투자회사가 저조한 영업실적을 지속하면서 투자자산 관련 대규모 손실이 영업외 비용 확대 요인이 되고 있다. 관계기업투자손실 및 손상차손 규모는 2021년 491억원,2022년 594억원으로 빠르게 늘어났다.
올해 1분기에도 120억원으로, 전년동기 (97억원) 대비 손실폭이 확대되었다. 잇따른 지분투자와 대규모 영업외비용 지속으로 재무안정성이 과거 대비 현저히 저하되었다.
주력사업인 셋톱박스 부문은 빠른 기술변화와 높은 경쟁강도로, 산업위험이 상승한 가운데, 선진시장을 중심으로 보급률이 포화되면서 전체 시장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특히 OTT 등의 시장잠식에 따른 전방 유료방송사업자의 가입자 감소가 셋톱박스 사업기반 및 수익창출력의 구조적인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기평은 선진국 시장내 유료방송시장의 성숙도, 타 플랫폼과의 경쟁심화 등을 감안할 때 매출 및 수익성 회복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차량용 안테나는 최근 매출이 증가하고 있으나 2022년까지 적지 않은 규모의 영업적자를 지속해 전사 영업실적 회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모빌리티 사업의 경우도 하이파킹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업에서 저조한 영업실적을 기록하고 있어 휴맥스모빌리티의 연결기준 흑자전환 및 수익구조 안정화에는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한기평은 밝혔다.
휴맥스는 서울대 공대 제어계측공학 박사 출신인 변대규 회장이 지난 1989년 설립했다. 변 회장은 지금도 지주사인 휴맥스홀딩스 지분 35.68%를 가진 최대주주다. 휴맥스홀딩스 대표이사 회장과 이사회 의장, 주력기업인 휴맥스 회장, 상장계열사인 알티캐스트 사내이사 이사회의장 등을 맡고 있다.
휴맥스홀딩스는 상장 3개사 등 23개 계열사에 2022년 말 연결기준 자산 1조208억원, 22년 매출 6973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위에서 보듯 2018년 이후 주력기업인 휴맥스가 영업적자 상태에 빠져 작년에도 50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회사가 이 상태인데도 변 회장은 한국 벤처1세대 원로로, 곳곳에서 존경받으며 국내의 대표적 IT대기업인 네이버의 이사회 의장직도 7년째 맡고 있다. 2017년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가 의장직을 내려놓은 뒤부터 의장을 맡아 지난 3월 다시 연임했다.
연임 당시 네이버는 “변 의장이 벤처 1세대로 해외진출 추진력과 글로벌 기업을 키워낸 역량 등을 갖춰 재선임했다”고 설명했다. 변 회장은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