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정세화 기자] 러시아가 에너지를 무기로 유럽 압박 강도를 높여 유럽 전역이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러시아는 대금 지급 문제를 이유로 프랑스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전면 차단하기로 했으며 독일에도 사흘간 공급을 중단한다.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난방 수요가 많은 겨울철이 다가올수록 에너지 대란을 막기 위한 유럽 각국의 움직임이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가 가장 중요한 유럽행 가스관을 통한 가스공급을 아예 중단하면서 독일을 위주로 유럽 주요국 주가가 급락하고 가스 가격이 급등했다. 5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에서 DAX 지수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2.22% 떨어진 12,760.78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400포인트 이상 밀리면서 13,000선 아래로 추락한 DAX지수는 낙폭을 키우며 연저점(12,390)에 다가섰다가 다시 소폭 반등했다. 독일 최대 러시아산 가스 수입업체 유니퍼는 11% 폭락했고, 핀란드 모회사 포르툼은 8.9% 추락했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는 1.20% 떨어진 6,093.22로,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50은 1.53% 밀린 3,490.01에 마감했다. 감세와 성장을 주요 공약으로 내건 리즈 트러스 재무장관이 새 총리로 선출된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0.09% 오른 7,287.43으로 종료했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은 9월 1일부터 프랑스 최대 가스공급업체 엔지에 천연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한다고 30일(현지시간) 발표했었다. 가스프롬은 “대통령령에 따라 해외 구매자가 계약 조건대로 전액을 지급하지 못하면 추가 가스 공급은 금지된다”고 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가스프롬은 31일부터 9월 2일까지 사흘간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가동도 중단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서방의 제재 때문에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해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했다. 노르트스트림1은 러시아 천연가스를 유럽에 공급하는 주요 수송로로 독일 공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독일 에너지당국인 연방네트워크청의 클라우스 뮐러 청장은 “기술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정비할 때마다 러시아는 정치적 결정을 내려왔다”고 말했다. 가스프롬이 공급을 줄이거나 중단할 때마다 ‘정비’를 이유로 들었다는 얘기다.
러시아는 지난 6월 중순부터 가스관 터빈 반환 지연을 이유로 노르트스트림1 공급량을 40%로 축소했다. 7월 11일부터는 열흘간 정기 정비를 이유로 공급을 완전히 중단했다. 이후 공급을 재개했지만 공급량을 또다시 절반으로 줄여 현재는 20%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다.
유럽 전역에 천연가스 공급이 아예 끊길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 대규모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러시아에 큰 어려움을 주지는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 평가다.
에너지 가격이 상승세를 타면서 제재에 참여하지 않은 나라들이 러시아산 에너지를 적극 사들이고 있어 가스프롬은 올해 상반기 2조5000억루블(약 55조8000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순이익을 거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는 올 들어 석유와 천연가스 판매로 970억달러(약 130조원)의 수익을 올렸다”며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효과가 없었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