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정세화 기자] 정부가 공공택지지구에서 ‘벌떼 입찰’ 방식으로 택지를 무더기 분양받은 건설사에 대해 전방위 제재와 환수 조치를 추진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다수 위장 계열사를 통해 공공택지를 낙찰받는 벌떼 입찰 문제와 관련, “제재 방안과 환수 조치를 검토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원 장관은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질의에 “전반적으로 문제투성이여서 근본적인 제도 마련과 함께 벌떼 입찰로 받은 택지는 환수하는 방안까지 강구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호반 대방 중흥 우미 제일 등 5개 건설사가 공공택지의 40%를 낙찰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벌떼 입찰은 공공택지 당첨을 위해 위장 계열사를 대거 입찰에 참여시켜 당첨 확률을 높이는 방식을 뜻한다.
국토교통부가 ‘벌떼 입찰’ 수술 의지를 밝힌 것은 호반, 중흥 등 특정 건설사의 공공택지 싹쓸이 현상이 도를 넘어섰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원희룡 장관은 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관행이라고 그냥 넘어갔다”며 “이번에는 공정하게 필지를 공급할 수 있는 제도를 강도 높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개발 가능한 공공택지가 줄어드는 와중에 벌떼 입찰을 통해 편법 낙찰을 일삼는 특정 건설사들에 대한 업계의 시선도 곱지 않다.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내 대형 건설사들은 위장 계열사를 통한 벌떼 입찰에 대해 “대형사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부를 상대로 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결산심사 전체회의에서 공개한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입찰 관련 업체 당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2017~2021년)간 호반 대방 중흥 우미 제일 등 5개 건설사는 총 178필지의 공공택지 중 67필지(37%)를 낙찰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많이 낙찰받은 건설사는 호반건설로 18필지에 달했다. LH가 이 기간 공급한 전체 공공택지의 10분의 1을 호반 한 회사가 가져간 것이다.
호반건설에 이어 우미건설이 17필지(25.3%), 대방건설이 14필지(20.8%), 중흥건설이 11필지(16.4%), 제일건설이 7필지(10.4%)의 택지를 집중적으로 분양받았다.
호반 등 주요 건설사가 LH 공공택지를 대거 낙찰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들이 거느린 계열사를 통해 물량 공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주요 5대 건설사가 거느린 계열사를 보면 △호반 36개 △중흥 47개 △대방 43개 △우미 41개 △제일 19개로 총 186개나 된다. 최근 3년간 LH 공공택지 낙찰 업체 101개보다 많은 수다.
국토부와 LH가 최근 3년간 공공택지 낙찰 업체 총 101개사에 대해 실시한 ‘벌떼 입찰 특별점검’ 주요 적발 내용을 살펴보면 택지 청약 시 한 회사의 동일한 컴퓨터에서 복수의 계열사가 입찰에 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사 수가 많은 건설사가 유리한 구조였던 셈이다.
택지지구 입찰로 사세를 키우면서 이들 5개 건설사의 도급 순위도 급상승했다. 강 의원 측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호반건설은 업계 순위 13위(2012년 32위), 중흥건설은 17위(2012년 347위)로 10년 새 껑충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