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기준 글로벌 3위 여부 주목, '인플레감축법' 대응이 변수될 듯
[서울이코노미뉴스 정세화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올 상반기 판매량에서 글로벌 완성차업계 3위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공급난 등으로 경쟁 기업들이 고전하는 상황에서 차량 경쟁력을 앞세워 판매량 감소 영향을 최소화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에 현대차그룹이 연간 기준으로도 글로벌 완성차 3위 자리를 지켜낼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미국 내에서 만든 전기차에만 약 1000만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게 골자인 미국의 인플레감축법(IRA) 대응이 가장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6월 현대차·기아차는 글로벌 시장에서 329만9000대를 판매해 3위에 올랐다. 1위는 513만8000대의 도요타, 2위는 400만6000대의 폭스바겐이었다. 현대차그룹 뒤로는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314만대), 스텔란티스(301만9000대), 제너럴모터스(GM·284만9000대)가 4~6위를 차지했다.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난으로 모든 업체가 생산과 판매에 차질을 빚은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은 판매량을 잘 방어한 것으로 평가된다. 2위 폭스바겐은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14% 감소했고 르노-닛산은 17.3% 줄었으며 스텔란티스와 GM도 각각 16%, 18.6% 급감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 판매량 감소폭은 5.1%에 그쳤다. 1위인 도요타(6%)보다 감소폭이 작았다.
현대차그룹은 반도체를 항공기와 인편으로 실어 나르는 등 차량 생산을 늘리는 데 힘을 쏟았으며 가동이 중단된 러시아 공장으로 갈 반도체를 다른 지역으로 돌리는 등 빠른 대처도 주효했다.
현대차그룹은 제네시스와 전기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인기 차종의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수요를 흡수했는데 특히 중국을 제외하면 글로벌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의 선전이 돋보였다.
올 상반기 미국에서 2만5668대가 팔린 제네시스는 반기 기준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우며 고급 브랜드 시장에 안착했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도 현대차그룹은 테슬라에 이어 2위를 달렸다.
현대차그룹은 4위를 차지했던 2020년 외에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줄곧 글로벌 5위에 위치했다. 연간 기준 ‘빅3’를 차지한 적은 아직 없다. 현대차그룹은 하반기 아이오닉 6를 출시하고 미국 공장에서 GV70 전기차를 생산하는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다.
급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어 현대차그룹의 선전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올 상반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약 9%로 2위를 차지한 데 이어 유럽 친환경차 시장에서도 폭스바겐과 스텔란티스의 뒤를 이어 점유율 11.5%로 3위를 기록했다.
특히 자국산 차가 주를 이루는 독일 전기차 시장에서도 코나EV와 아이오닉5가 선전하며 1~7월 기준 3위를 기록했다. 영국 전기차 시장에서도 현대차그룹은 폭스바겐과 테슬라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한편 미국의 인플레감축법(IRA)은 미국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는 현대차그룹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경쟁 기업인 테슬라와 제너럴모터스(GM)는 미국 내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현대차그룹을 위협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GV70 전기차를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하는 등 대응에 나설 예정이지만 주력 차종인 아이오닉 5와 EV6는 아직 미국에서 생산할 계획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