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윤석열 정부의 인사 대원칙은 실력 중심이라고 한다. 지역과 성별, 학력 등을 가리지 않고 능력이 있으면 누구든지 중용한다는 얘기다. 최근 단행된 노동부 인사에서도 그것이 읽혀졌다. 9급 출신을 핵심 보직이라고 할 수 있는 운영지원과장에 발탁한 것.
운영지원과장은 1만3000여 명에 달하는 노동부 직원들에 대한 인사·교육 등 부처 살림을 총괄하는 자리다. 그런 만큼 지금까지는 행정고시 출신들이 도맡아 왔다. 9급 출신 발탁은 1995년 이후 처음이다. 27년 만이다. 비고시 출신들에게는 경사라고 아니할 수 없다.
16일 노동부에 따르면 이정식 장관이 정병팔(56) 감사담당관을 17일 자로 신임 운영지원과장에 임명했다. 특히 이번 발탁은 지난 11일 취임한 이정식 장관의 첫인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전남 목포 영흥고,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경영학과를 졸업한 정 과장은 1989년 부천지방노동사무소에서 공직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2020∼2021년 중앙노동위원회 기획총괄과장으로 일하면서 전국 12개 노동위 인사를 총괄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노동부는 전했다.
이 장관은 "능력과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서 일 잘하는 사람을 쓰는 것이 공직 인사에서 공정의 가치"라며 "앞으로도 이런 기본 원칙을 바탕으로 합리적이고 균형 있는 인사를 통해 조직 역량을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인사권자인 이 장관 역시 기록을 쓴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노총에 들어가 한길을 걸어왔다. 국내 최고의 노동전문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의 예상을 깨고 장관에 발탁된 이유라고도 할 수 있다.
어느 부처를 막론하고 핵심 보직은 대부분 행정고시 출신들이 맡아 왔다. 그래서 비고시 출신들은 꿈조차 꾸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벽이 높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러한 벽을 깬 사람들이 있다. 정황근 농림부 장관은 기술고시 출신이다. 같은 고시라 하더라도 기술고시는 일반 행정고시에 비해 차별을 받기 일쑤다. 정 장관은 농림부 총무과장과 대변인을 지냈다. 기술고시 출신으로는 각각 처음이었다. 그만큼 행정고시의 벽이 높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실 복두규 인사기획관도 평가할 만 하다. 그 역시 9급 출신으로 검찰 일반직의 최고위직인 대검 사무국장을 했다. 대검 사무국장은 1급 상당에 해당된다. 그 때 검찰총장이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아 중용됐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인사를 자주 볼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학력의 벽을 깰 필요가 있다. 일 잘 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9급 출신이 4급 서기관까지 올라가는 것도 굉장히 힘들다. 그 이상 올라갈수록 자리는 점점 더 줄어든다. 5급 이하 공무원 가운데도 일 잘 하는 사람이 많다. 그들도 과감하게 발탁하는 인사가 필요하다. 그래야 공직의 희망을 줄 수 있다. 제2, 제3의 정병팔이 나와야 한다. 핵심 보직을 행정고시 출신들이 독차지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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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약력>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전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전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F학점의 그들'. 윤석열의 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