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책의 날과 독서의 위기...활자문화진흥법 제정하라
세계 책의 날과 독서의 위기...활자문화진흥법 제정하라
  • 조석남
  • 승인 2022.04.30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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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문화의 뒷받침 없는 인터넷정보는 ‘영혼 없는 지식’...책과 신문읽기 등 활성화 위해 제도적인 지원에 나서야

[조석남의 에듀컬처] 지난 4월 23일은 '세계 책의 날'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출판문화계와 각 지자체는 이 날을 기점으로 다채로운 독서문화행사와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4월 23일 서울광장에서 '책 읽는 서울광장' 오픈식을 가졌다. '책 읽는 서울광장'은 탁 트인 서울광장을 서울도서관과 연계해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책과 쉼, 문화를 누릴 수 있게 한 도심 속 열린 야외 도서관이다.

10월 말까지 매주 금·토요일에 운영하는 '책 읽는 서울광장'에서 오세훈 시장은 시민들이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인 '리딩존'과 책수레 형태의 이동형 서가에 3,000여권의 책을 비치한 '서가존'을 둘러보며 독서와 휴식을 즐기는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서울시는 책과 문화의 공간으로 변신한 서울광장을 통해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에게 쉼과 치유를 선사한다는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함께 온라인으로 다양한 독서문화행사를 진행, 책의 가치와 독서의 재미를 알리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국민들이 '2022 세계 책의 날' 온라인 독서문화행사를 통해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혼자가 아닌 가족,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는 즐거움을 나누길 바란다"고 밝혔다.

'세계 책의 날'은 세계인의 독서증진을 위해 유네스코가 지난 1995년 제정했다. 정식 명칭은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이다. 이 기념일은 독서와 저술 및 이와 밀접하게 연관된 저작권의 증진에 기여하면서 책의 창조적, 산업적, 정책적 측면 등 다양한 면모를 끌어내는데 그 목적을 갖고 있다.

4월 23일로 정한 것은 스페인의 카탈루냐 지방에서 책을 읽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던 '세인트 조지' 축일과 1616년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가 동시에 별세한 날이 바로 이날인 데서 유래한다. 현재 '세계 책의 날' 기원국인 스페인을 비롯해 프랑스, 영국, 노르웨이, 일본, 한국 등 전세계 80개 이상의 국가에서 이날을 기념하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책과 장미의 축제가 동시에 펼쳐지고, 영국에서는 이날을 전후해 한 달간 부모들이 취침 전 자녀들에게 20분씩 책을 읽어주는 '잠자리 독서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손 안의 책 한 권, 세상을 만나다.' 독서에 관한 많은 명언이 있지만 이 문구처럼 독서의 중요성을 함축적으로 표현해주는 것도 없을 듯하다. 우리의 손에 책 한 권이 들려질 때 우리는 여러 현인과 만날 수 있고,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게 된다.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과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담소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훌륭한 사람을 만나 지혜를 얻고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며 지식을 축적하기 위해서는 책만큼 좋은 도구도 없다는 얘기다.

자연선택에 따른 유전적 진화의 결과든, 문화적 진화의 소산이든 사람들은 좋은 걸 본능적으로 안다. 그런데 책은 묘하다. 개인적 경험만이 책을 좋아하고 자꾸 찾게 만들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독서 경험이 없거나 아예 접근조차 못한 경우 책을 좋아하기는 어렵다.

이는 국민 독서실태 조사로도 입증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1월에 발표한 ‘2021년 국민독서실태’ 조사(격년 시행)에 따르면 성인의 연간 독서량은 4.5권으로 2019년 대비 3권이 줄었다.

세계 제일의 디지털 강국이자 세계적인 출판 대국임에도 불구하고, 책 읽는 사람만 독서량이 증가하는 '독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인터넷 및 영상 매체의 발달, 게임문화 확산의 영향으로 '책 읽는 문화' 경시 분위기가 만연한 때문이다.

필자는 여러 지면을 통해 '활자문화부흥운동'을 거듭 제창한 바 있다. 또한 이의 실현을 위해 '활자문화진흥법'의 제정을 지속적으로 촉구해왔다.

활자는 편집이라는 작업을 통해 정보에 뼈대를 부여한다. 예컨대 신문에는 표제가 있고, 기사의 장단이 있어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정보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책에는 단락과 목차가 있어 저자 생각의 구조를 분명하게 할 수 있다.

때문에 활자는 매우 중요한 매체다. 문자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 태어났고, 활자는 지식이 전 인류의 것이 됐을 때에 태어났다. 활자문화는 인간 본연의, 인간다운 자세 그 자체이다. 앞으로 더욱 더 성장해야 할 정보세계가 무질서하게 표류하는 '방랑아', 기형적인 '비만아'가 되지 않으려면 확실한 닻과 뼈대를 준비해야 한다.

일본은 젊은 세대가 책과 신문읽기를 멀리하는 '활자이탈 현상'이 발생하자 지난 2005년에 '문자·활자문화진흥법'을 제정했다. 경제대국에 오른 원동력이 '국민들의 왕성한 독서력'이라고 확신하는 일본의 정치인들은 책과 신문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다. 이 결과 정부와 지자체, 뜻있는 기업들의 집중적인 지원 속에 캠페인이 대대적으로 펼쳐졌고, 큰 성과를 거뒀다.

우리의 열악한 출판문화계 현실과 일본에 비해 취약한 독서층을 감안할 때 '활자문자진흥법'을 통한 지원은 필수적이다. 이러한 법 제정에는 초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현재 '독서문화진흥법',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인쇄문화산업진흥법' 등 유사한 법률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모두 유명무실한 법률로 상투적이고 산발적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젊은 세대가 독서를 기피하는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인터넷 정보는 시간적, 경제적 효율 측면에서 유용하지만 활자문화의 뒷받침 없이는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활자문화와 뿌리를 공유하지 않는다면 자칫 '영혼 없는 지식'으로 흐를 수도 있다.

'활자문화진흥법'을 중심으로 '아침독서운동', '집안독서운동', '독서마을 조성', '북 스타트 운동' 등 활자문화부흥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길 기대한다. '영혼 없는 지식'이 이 땅을 더 이상 잠식하기 전에….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 소개>

조석남 (mansc@naver.com)

- 극동대 교수

- 전 한국폴리텍대학 익산캠퍼스 학장

- 전 서울미디어그룹 상무이사·편집국장

- 전 스포츠조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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