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1일 경제6단체장을 만났다. 재계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형식적인 만남보다는 실질적 회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문재인 정부와 재계는 원만했다고 볼 수 없다. 약간 적대시한 측면도 있다. 재계를 적으로 돌릴 이유는 없다. 분명히 말하건대 우리 재계는 정부보다 훨씬 우수하다. 정부가 가르치려 하면 안 된다. 오히려 배우는 자세로 나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 5년을 되돌아 본다. 무엇 하나 제대로 한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일 칼럼을 써온 나도 생각나는 게 없다시피 하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흔들림 없이 발전해 왔다. 정부가 잘 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 기업과 근로자들이 땀흘려 일한 결과다. 정부가 기업에 감사해야 할 이유라고 할까. 기업들은 국가 발전에 이바지 하고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 했다. 윤석열 정부가 이런 점을 본받으면 안 된다.
이날 만남에서 재계는 여러 가지 건의를 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경제와 안보는 한 몸으로 민관 합동이 필요하다"면서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전략 산업을 더욱 과감히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간 주도의 역동적, 혁신적 성장을 이루려면 투자와 노동에 현장 요소를 활용해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기업 현장과 적극적인 소통을 요청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규제 패러다임을 사후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전환하고, 규제 해소 총괄 컨트롤 타워를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서는 "경영자를 직접 처벌하는 것은 재해 감소를 위한 근본적 해법이 아니다"면서 처벌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춘 내용으로 보완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회장은 세제 제도에 대해서도 "우리나라는 상속세, 법인에 등 기업 관련 세율이 경쟁국보다 기업 투자 의욕과 고용 창출 능력을 떨어뜨리고 경영 안정성까지 위협한다"며 상속세·법인세 최고 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 평균 수준(상속세 25%·법인세 22%)으로 낮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약화하는 가운데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며 시장 경제 활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중대재해처벌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전경련이 주요 경제단체 행사마다 배제됐었다. 새 정부들어서는 위상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무역은 코로나19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성장을 이어갔으나 최근 물류비용이 급반등하며 어려워지고 있고 글로벌 공급망도 큰 위협"이라며 "기업의 개별 대응이 어려운 공급망 문제에 각별히 관심을 두고 지원해 달라"고 밝혔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심각한 대기업·중소기업 양극화 해소를 위해 대기업·중소기업의 이익 공유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이들 재계 지도자들과 분기별로 모임을 갖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무엇보다 경제를 살뜰히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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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약력>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전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전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F학점의 그들'. 윤석열의 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