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김건희가 남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정치 활동을 반대했던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정치를 하면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모두 까발려 진다. 그것은 숙명이다. 그래서 정치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없지 않다.
김건희가 26일 마침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들을 인정한 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구체적으로 일일이 거론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진정성은 묻어났다. 문제는 국민들의 판단이다. 이 정도로 됐다고 해야 끝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건희는 이날 국민의힘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허위 이력’ 논란과 관련 “잘 보이려고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부분도 있다”고 사실을 인정했다. 이어 “그러지 말아야 했는데 돌이켜 보면 너무나도 부끄러운 부분이었다.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라고 말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낮은 키를 유지했다.
그는 “부디 용서해달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 말씀드린다”면서 “저 때문에 남편이 비난받는 현실에 너무 가슴이 무너진다. 다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겠다. 많이 부족했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조용히 반성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는 앞서 윤석열이 영부인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담당 부속실도 없애겠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부인으로서 내조만 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대통령 부인은 분명 역할이 있다. ‘김건희 리스크’가 워낙 커서 이를 벗어나기 위한 의도로 여겨진다.
김건희는 “부디 노여움을 거둬달라. 잘못한 김건희를 욕하더라도 그동안 너무나 어렵고 힘든 길을 걸어온 남편을 위한 마음은 거둬주지 말기를 부탁드린다”면서 “다시 한번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기자회견을 끝낸 뒤 따로 질문을 받지 않고 당사를 빠져 나갔다. 수석대변인 등 대변인단이 대신 질의 응답을 했다.
김건희가 뒤늦게나마 사과를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아니 사과를 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것은 윤석열이 줄곧 강조해온 상식 및 공정과도 거리가 멀었다.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다. 잘못한 점이 있다면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를 하는 게 옳다. 모든 후보에게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이재명 후보는 벌써 몇 번이나 사과를 한 적이 있다.
이날 사과에 대해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함께 생중계를 지켜본 아내는 “저 정도면 된 것 아니야”라고 했다. 그러나 사람마다 눈높이가 다르기 때문에 알 수 없다. 미흡하다고 할 지도 모른다. 당연히 민주당은 진정성이 없다고 깎아내릴 것이다. 그래서 정치는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렵다. 무엇보다 김건희는 자숙하는 게 맞다.
# 이 칼럼은 '오풍연 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약력>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전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전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F학점의 그들'. 윤석열의 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