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윤석열이 구상했던 ‘3김’ 체제가 초반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김종인이 몽니를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이 김종인에 대한 예우를 할 만큼 했는 데도 김종인은 어깃장을 놓고 있다. 대선의 주인공은 후보다. 그런데 김종인은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자신이 받으려고 하는 것 같다. 다 된 밥에 재를 뿌린다고 할까.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윤석열도 달리 생각을 해야 한다.
총괄선대위원장 합류가 확실시됐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자신의 인선에 대한 최고위원회 의결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김종인 위원장 인선안은 통과시키지 못 했다. 대신 김병준 이준석 상임선대위원장과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 인선안만 통과시켰다. 반쪽 짜리 결정을 한 셈이다.
윤 후보는 김종인 전 위원장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이 하루이틀 시간을 더 달라고 했다. 본인께서 최종 결심하시면 그때 최고위에 올리겠다”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전날 밤 이준석 대표를 통해 이 같은 소식을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윤석열도 왜 그런지 정확한 이유를 파악하지 못한 듯 하다. 윤석열 역시 황당해 하는 모습이었다.
김종인은 김병준 위원장 합류에 대해 여전히 불만이 있어 보인다. 전후 상황을 복기해 본다. 윤 후보와 김종인 전 위원장이 지난 20일 만났지만 그 뒤 입장 차가 현저하다. 당시 윤 후보는 김병준 전 위원장과 함께 김종인 전 위원장의 서울 종로 사무실을 찾아 1시간 가량 대화를 나눴다. 이후 윤 후보 측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김종인 전 위원장은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직 선임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반면 김종인 전 위원장 측은 “찬성한 적이 없다”고 한다.
김 전 위원장은 김한길·김병준과 함께 ‘3김(金)’으로 일컬어지는 상황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그들과 같은 반열에 있는 게 기분 나쁘다는 뜻이다. 또 ‘3김’ 체제가 될 경우 힘이 분산될 것은 뻔하다. 김종인이 원하는 것은 단독체제다. 윤석열과 생각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윤석열은 세 사람이 함께 가야 더 극대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이 같은 상황 역시 윤석열이 정리해야 한다. 김종인이 합류하지 않는 상황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꼭 김종인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일부러 배척할 까닭은 없지만, 그렇다고 끝까지 매달리지 말라는 얘기다. 윤 후보가 최고위 전 티타임 때 ‘김 전 위원장과 함께 가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의 말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하루이틀 시간을 더 달라고 했다’는 윤 후보의 말은 김 전 위원장을 향한 일종의 합류 마지노선을 제시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김종인이 ‘×판’을 놓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같은 모습을 보이면 지지율도 영향을 받게 된다. 이제는 김종인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을지 말지 똑부러지게 말하기 바란다. 뜸만 잔뜩 들이면서 신경전을 펴는 것은 옳지 않다. 누가 보더라도 노욕(老慾)으로 비쳐진다. 가장 좋은 것은 정치판을 떠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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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약력>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전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전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F학점의 그들'. 윤석열의 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