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이재명이 10일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조건부로 특검 수용 의사를 밝혔다. 검찰 수사가 미진하면 특검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먼저 검찰 수사를 보겠다는 뜻이다. 이재명과 민주당은 그동안 특검에 대해 완강히 반대를 해왔다. 왜 입장이 바뀌었을까. 국민여론을 무시할 수 없어 그랬을 게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60% 가까이 특검에 찬성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대장동 특검 문제와 관련, 미리 준비한 모두발언 메시지를 통해 "검찰의 수사를 일단 국가기관이 하는 일이니 지켜보되 미진한 점, 의문이 남는다면 특검이든 어떤 형태로든 더 완벽하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엄정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고 그 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이 후보가 특검 수용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달 18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에서 특검을 요구하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시간을 끌어 정치공세를 하려는 것"이라면서 일축한 바 있다. 관훈클럽 발언을 두고도 해석이 엇갈렸다. 민주당은 특검협상을 할 의사가 있다고 내비쳤고, 야당은 진정성이 없다며 깎아내렸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후보의 발언 뒤 기자들과 만나 "검찰 수사가 미진해서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하면 여야 협의를 통해서 특검법 협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언론 공지를 통해 "야당의 특검 요구에 대해 민주당의 입장은 검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 특검을 여야 합의하에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확대 해석은 지양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가 너무 나갔다는 뜻이다.
야당은 특검을 즉각 수용하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후보가 특검 수용 의사를 밝힌 건 환영할 일이지만, 시간 끌기만 하다가 적당히 흐지부지시킬 ‘검은 계략’은 아닌지 우려가 앞선다”면서 “현재 검찰 수사는 미진한 정도를 넘어 대놓고 ‘대장동 그분’을 은폐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장동 검찰 수사는 수사 의지를 의심받을 정도로 이미 충분히 미진하다”며 “(이 후보의 말은 특검을) 안 받겠다는 말장난”이라고 지적했다.
조건부 특검 수용은 이재명의 승부수로도 읽힌다. 지지율이 정체된 상황에서 이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갈 수 없다고 판단한 듯 하다. 그럼 검찰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까. 이재명을 조사하지 않고 대장동 사건을 마무리할 수는 없다. 그것 또한 상식이다. 조사만 하고 말 경우 여론이 가만히 있겠는가. 검찰 수사가 미진하다고 특검을 하라고 난리를 피울 게다.
리얼미터가 지난 8~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8%는 이 후보의 대장동 의혹과 윤 후보의 고발 사주 의혹 중 무엇이 대선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인지 묻는 질문에 대장동 의혹을 꼽았다. 이재명의 딜레마다
# 이 칼럼은 '오풍연 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약력>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전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전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F학점의 그들'. 윤석열의 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