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기소했다. 그런데 구속영장에도 포함됐던 배임 혐의가 빠졌다. 이번 대장동 사건의 핵심 두 개는 배임과 뇌물이다. 배임은 빼고 뇌물혐의로만 기소했으니 의아하지 않은가. 물론 검찰은 나중에 추가 기소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남욱 정영학 김만배 등 공범들을 더 조사한 뒤 배임죄 추가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뜻이다.
대장동 사건을 보자. 민간에게 수천억원의 이득을 보게 하고 성남시에 손해를 끼친 것(배임)이 핵심이다. 그것의 최종 결정권자는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이다. 이재명도 배임죄 공범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키맨 유동규를 기소하면서 배임죄를 빼버림으로써 이재명도 당장 조사할 수 없는 처지다. 이를 두고 이재명을 봐주기 위한 사전 조치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도 22일 아침 장문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친정인 검찰을 비난하는 수위도 높았다. 역사 앞에 죄를 짓지 말라는 말도 했다. 그는 “검찰이 유동규를 기소하면서 뇌물죄만 적용하고 배임죄를 뺀 것은, 이재명 후보의 범죄를 숨기고, 그에 대한 수사까지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면서 “공범 수사를 위해서 배임죄를 남겨 뒀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이재명 후보를 비롯한 공범 혐의를 받는 자들에 대한 수사를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나무랐다.
윤석열은 “전직 검찰총장으로서 가슴이 아프다. 문재인 정권의 거짓 검찰개혁이 이렇게까지 검찰을 망가뜨리는 것을 보고 있자니 마치 제 몸이 부서지는 것 같다”면서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 만약 이렇게 수사를 미루고 뭉개다가 훗날 진실이 드러나면 현 검찰 수뇌부와 대장동 게이트 수사팀은 사법적 단죄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가와 국민을 사수해야 할 검찰이 이재명이라는 범죄자를 사수한 것을 국민은 용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는 지난 21일 오후 9시 20분쯤 유동규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부정처사 후 수뢰 약속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업체로부터 사업 편의 제공 등의 대가로 수차례에 걸쳐 3억52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장동 개발 사업 초창기부터 뛰어든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 위례신도시 개발업자 정재창 씨가 각각 이 돈을 마련했고, 남 변호사가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 전 본부장은 또 2014년∼2015년에는 화천대유 측에 유리하게 편의를 봐주는 등 직무상 부정한 행위를 한 뒤 700억원(세금 공제 후 428억원)을 받기로 약속한 혐의(부정처사 후 수뢰 약속)도 받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이 같은 행위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수천억원대 손해를 끼쳤다는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는 이번 공소사실에선 제외했다.
검찰이 수사의 ABC를 모를 리 없다. 윗선의 눈치를 보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처럼 기소할 수 있단 말인가. 이재명이 아니라 검찰이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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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약력>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전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전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F학점의 그들'. 윤석열의 운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