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관리체제로 경영정상화 ‘플랜B’ 가동…구조조정 및 재매각 추진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결국 없었던 일로 돼 버렸다.
이에 따라 정부와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에 올해 말까지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2조4000억원을 투입하고, 채권단이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 경영정상화 계획 ‘플랜B’를 가동하기로 했다.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11일 오후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노딜)을 공식 선언했다.
최 부행장은 "채권단은 최근 경영진 면담을 통해 우려하는 바에 대해 논의했고, 지원방안과 의지를 전달하는 등 거래 성사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면서 "현산 측은 재실사 후 거래 종결 논의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제안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를 감안하더라도 현산의 요구는 과도할 뿐만 아니라, 불확실한 M&A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 작업에도 중대한 차질이 예상돼 금호측과 협의, 자체 정상화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 부행장은 "정부와 협의해 정상화 계획을 마련, 기존에 결의한 금융지원은 물론 기안기금에서 2조4000억원 규모의 신규 크레딧라인을 지원하는 등 금융지원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이날 오전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으로 최종 결론을 내리고 경영정상화 방안인 ‘플랜B’를 논의했다.
그동안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현산과 거래조건을 두고 장기간 협상을 진행했었다. 그러나 현산은 재실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만 내세운 채 인수 여부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았다.
채권단이 재실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달 정몽규 현산 회장을 만나 인수가격을 1조원 깎아주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후 현산은 ‘12주 재실사’ 입장을 고수하면서 산은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산은은 관계장관 회의에 이 같은 내용을 보고했고 추인을 받는 방식으로 계약해지를 최종 결정했다.
매각 무산이 공식화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에 놓이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에 기안기금 2조4000억원이 투입되는 것은 신용등급 하락 등을 막기 위해서다.
기안기금 기금운용심의회는 이날 오후 회의를 열고 아시아나항공에 2조4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에 3조3000억원을 지원키로 한 계획에 따라 작년과 올해 3조원을 지급했고, 미지급 잔액은 3000억원이다.
지급된 3조원 가운데 구조조정 운영자금에 2조2000억원이 투입됐으며, 8000억원은 영구채 인수에 사용됐다.
금호산업과 산은은 아시아항공이 유동성 확보로 경영에 한숨을 돌리면 구조조정과 재매각을 진행할 계획이다.
채권단의 출자전환과 대주주 무상감자 등 재무적 구조조정 절차가 우선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산은과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국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주식 37%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사실상 국유화되는 셈이다.
그러나 아시아나 항공이 재매각에 성공하면 ‘한시적 국유화’로 끝날 수밖에 없다.
시장의 한 전문가는 “산은이 지분을 갖고 책임감 있게 구조조정을 해야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성공할 수 있다”면서 “기안기금 등을 통한 유동성 지원만으로 구조조정 없이 버티려다가는 매각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