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조호성 시민기자] 가계 부문의 시중통화량이 사상 최대치인 1565조원에 육박하는 등 침체를 겪고 있는 실물경제와 달리 자산가격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초저금리 기조 속 역대급으로 풀려난 돈이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쏠려 자산가격 거품을 키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가계 및 비영리단체 부문의 통화량을 나타내는 광의통화(M2) 잔액은 1564조9000억원(평잔·원계열)으로 전년동월대비 115조8000억원(8.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은이 2001년 12월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역대 가장 많은 규모다. M2는 현금통화를 비롯해 언제든 현금화가 가능한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등 협의통화(M1)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미만 정기 예·적금, 수익증권 등 금융상품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통화 지표다.
올들어 가계 부문 통화량은 가파르게 불어나고 있다. 가계부문 M2 증가율은 지난해 10월(5.5%) 5%대에서 올해 1월 7.1%로 뛰어 오른 뒤 2월(6.6%), 3월(6.7%), 4월(6.7%), 5월(7.1%), 6월(8.0%) 등으로 다시 상승하고 있다. 6월 가계부문 M2 증가율은 2010년 7월(8.9%) 이후 약 10년 만에 최고치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대응 차원에서 한은이 금리를 인하하고, 정부가 대출 지원을 늘리면서 가계로 흘러간 돈도 대폭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속 가계가 지갑을 닫고 현금을 확보해두려는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초저금리 기조 속 가계가 쥐고 있는 유동성이 결국 부동산과 증시로 흘러 집값과 주가 등 자산가격 거품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2일 기준 50조2996억원으로 집계됐다.
주택매매 거래가 늘어나면서 집값도 들썩이고 있다. 서울과 경기 지역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6월 기준 각 1만6000호, 3만5000호로 전월(6000호, 1만7000호)보다 두배 가량 늘었다. 황성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저금리 기조와 풍부한 시중 유동성 때문에 수요 억제 정책만으로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어렵고 대체 투자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