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정우람 기자]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 권고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계기로 재벌의 승계와 관련한 불법과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중단·불기소 권고를 두고 심의에 참여한 일부 현안위원이 과거 검찰의 삼성 수사를 '무리수'라며 비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사심의위의 중립성도 논란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불식되지 않는 한 제도 개선의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유사한 재벌 비리 혐의 사건에 대한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탓이다.
경제개혁연대는 29일 발표한 '이재용 사태(삼성그룹 승계작업)로 확인된 불법과 재발방지 위한 입법과제'을 통해 불법행위 관련자와 공정 합병을 위한 법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불법행위 관련자에 대한 규제 강화 방안으로 "유죄 선고 받은 비리 경영인의 임원 자격을 제한하고, 임원(후보자)의 처벌 및 제재 사실에 대한 공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금융회사의 대주주에 대한 동태적 자격심사 대상을 현실화하고 불법행위 연루자의 금융회사 대주주 자격을 제한할 것을 바랐다. 기업범죄의 유인을 막을 수 있는 수준으로 특경가법 형량 강화, 비리기업인에 대한 사면 제한, 사법방해죄 신설, 제3자를 통한 우회적인 뇌물 제공 처벌 강화 등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삼성물산 등 최근의 합병과 관련하여 "상장회사의 합병 등 주요 안건에 대해 지배주주 등에 대한 의결권 제한, 공정거래법 상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확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상 합병 등으로 인한 대주주 변경심사 보완, 자본시장법 상 자기주식 처분 규제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삼성물산 등 최근의 합병 관련하여 이해관계자를 보호하기 위해 국민연금법 상 기금운용체계 개편을 통한 주주권행사에 대한 독립적 의사결정, 상법 상 소수주주권 행사시 상법 중 일반조항과 특례조항 모두 적용, 자본시장법 상 합리적인 합병 비율 결정 방식 도입 등도 바랐다.
앞서 경제개혁연대는 28일 검찰이 수사심의위원회 권고 빌미로 ‘삼성 봐주기’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에 깊은 유감과 우려를 표한다"면서 "검찰은 이번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을 경제적 상황을 우려하는 국민정서가 있다는 정도로만 참고해야 할 것이며,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기조가 흔들리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함"을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삼성 지배권 승계 사건의 경우 사건 자체가 복잡하고 어려워 반나절 동안의 토론만으로 판단내리기 어렵다"며 폄하했다. 수사의 전문가 집단인 검찰에 이어 영장전담판사도 이 사건은 법정에서 그 위법성 여부를 다툴 문제라고 판단한 사건에서, 수사중단 및 불기소를 권고한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은 다수의 의견이라 할지라도 상식 밖의 결론이라는 이유다.
삼성물산 시세조종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사건에서 위법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구조와 그 배경을 충분히 숙지해야 하는데, 이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진 사람 외에는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범죄의 특성상 유죄의 입증자료가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본거래의 전체적인 흐름을 세밀히 이해해야만 범행의 심각성을 이해할 수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번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기각 결정 과정에서 법원이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소명됐고 검찰이 상당한 증거를 확보했”으며, “이 사건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는 점을 들었다. 이는 범죄의 구성요건은 상당 부분 갖춰졌고 이를 증명할 증거도 확보됐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수사심위원회의 권고 결정은 단지 삼성 사건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향후 대규모 경제범죄 또는 기업비리범죄를 회피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검찰이 이번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 결정을 따르지 않는다면 국민정서와 경제적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조직이라는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2018년부터 검찰의 과잉수사와 무리한 기소를 방지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수사심의위원회 제도가 "검찰의 ‘재벌 봐주기’ 수사나 불기소처분이 내려질 우려가 큰 경우에는 수사심의위원회가 검찰권행사를 통제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면서 "이번 삼성 사건을 계기로 수사심의위원회의 신뢰성을 제고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