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銀 팝펀딩 연계 사모펀드 '자비스팝펀딩홈쇼핑벤더'와 '헤이스팅스더드림' 약 70억원 규모 판매
은성수 금융위원장 '동산 금융의 혁신 사례' 극찬...손병환 행장, 올해 자산관리(WM) 사업 대폭 강화
[서울이코노미뉴스 최영준 기자] 금융혁신 사례로 손꼽히던 P2P업체 '팝펀딩'이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NH농협은행이 팝펀딩 연계 사모펀드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팝펀딩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사업장을 직접 찾아 '동산 금융의 혁신 사례'라고 극찬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후 금융위원회로부터 IBK기업은행의 지정대리인으로 선정되며 금융권 내의 신뢰를 쌓았으나 최근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터졌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팝펀딩 연계 사모펀드 '자비스팝펀딩홈쇼핑벤더'와 '헤이스팅스더드림'을 약 70억원 규모로 판매했다.
해당 펀드의 경우 팝펀딩이 홈쇼핑 납품업체의 재고상품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준다. 이른바 '동산담보 금융'인데, 자비스자산운용, 헤이스팅스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가 팝펀딩의 대출 채권을 바탕으로 사모펀드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환매가 중단된 해당 펀드를 판매한 판매사는 금융권 내에 총 7곳에 달한다. 그중 은행권에서는 농협은행이 유일하다.
판매 규모가 가장 큰 곳은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IBK투자증권이다. 이들 모두 각각 400억원 가량을 판매했다. 이중 한국투자증권은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판매를 진행해 문제가 클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증권사의 판매는 법인투자자 중심으로 이뤄졌다.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하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투자자는 개인투자자인데 팝펀딩 연계 사모펀드에 투자한 개인투자자의 자금은 총 8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3월 취임한 손병환 NH농협은행장, 실적 개선 과제에 압박...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로 손 행장 경영구상 차질 빚을 듯
앞서 지난 3월 취임한 손병환 NH농협은행장이 올해 자산관리(WM) 부문을 대거 강화하고 있다. 손 행장은 농협은행이 서민금융 역할에만 만족하지 않고, 고령화 시대를 맞아 WM 부문의 역량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새 시대를 선도할 농협은행을 만들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WM을 디지털 금융시대의 핵심 사업으로 판단하고, 대면과 비대면 채널을 아우르는 미래 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농협은행은 당행 PFM 개발을 위한 애자일 조직 ‘개인종합자산관리 Cell’을 별도 조직으로 구축해 운영 중이다. 손 행장은 이외에도 고객관리 향상과 인프라 확립을 위한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자산관리 핵심 타깃고객 선정 등으로 우수고객 마케팅 체계를 개편하고 전략상품 및 특화 서비스를 확대해 고객 충성도(Loyalty)를 강화한 데 이어 종합금융 컨설팅을 실시해 영업 경쟁력도 높이고 있다. 이 밖에도 로얄라운지 재정립과 특화 SI 적용 확대, 자산관리 사업 육성을 위한 본부 조직 강화 등을 통해 인프라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던 NH농협은행이 1분기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다른 은행들이 코로나19 쇼크에도 불구하고 예상 밖의 선전을 보여, 상대적으로 부진이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이에 따라 실적 개선 숙제를 안은 손병환 행장의 고민도 깊은 것으로 알려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손 행장은 향후 5년 이내에 농협은행을 자산관리 부문에서 업계를 선도하는 자리로 끌어올겠다는 포부를 펼쳐왔다”면서 “농협은행이 이같은 방침의 일환으로 팝펀딩 연계 사모펀드를 판매했다가 최근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터지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손 행장의 야심찬 경영구상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금융 혁신 사례'로 치켜세웠던 P2P(Peer to Peer) 업체 '팝펀딩'과 연계된 사모펀드에서 280억원 규모의 환매 중단 사태가 터졌다. 일부 펀드에서는 원금 90% 이상 손실이 나올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 손실과 별개로 팝펀딩은 자금 돌려막기, 자금 유용 등을 저지른 혐의로 검찰 수사도 받고 있다. '부실 금융 상품'을 일반인에게 안전한 상품인 듯 판매한 '제2의 라임 사태'라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