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김태일 기자] ‘지하철역 5분 거리!’ ‘다음 달 단지 인근 시민공원 조성 완료’
번지르르한 한 광고에 속아 아파트 분양을 받기로 결정했지만, 나중에 확인해보면 주변에 지하철역이나 공원이 들어설 계획은 전혀 없다. 소비자로선 사기를 당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앞으로 건설사나 시행사는 아파트 등 주택 분양 시 이런 식의 과장광고는 하기 어렵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10일 건설사 등 주택 공급업자가 도로나 철도, 공원 등 기반시설 조성과 관련한 내용을 포함한 분양 광고를 하면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광고 사본을 의무 제출토록 규정한 개정 주택법이 11일 시행된다고 밝혔다.
해당 사본은 지자체에 사용검사일로부터 2년 동안 보관된다. 입주자가 광고 사본 열람을 신청하면 공개해야 한다.
개정안은 2016년 10월 발의됐지만, 지난해 11월에야 처리됐다. 이후 6개월 경과기간을 지나 이제 시행을 앞두고 있다.
대상 광고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광고 및 표시다. 신문, 방송, 인터넷신문, 잡지 등 대부분의 매체에 실리는 광고물이 여기 포함된다.
법을 위반하는 주택 공급업자에게는 지자체가 제재를 가할 수 있다. 광고 사본 제출을 거부하거나 허위 자료를 제출하는 업자에게는 과태료 500만원이 부과된다.
또 지자체는 사본 제출 명령을 지키지 않는 건설사에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고, 이마저 거부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물론 현재도 표시광고법에 따라 주택 공급과 관련한 허위·과장광고를 한 업체에 영업정지 등 행정제재를 가할 수 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 등이 모든 아파트 분양 광고를 모니터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 탓에 광고를 믿고 분양을 받았다가 피해를 본 피분양자들은 소송밖에 답이 없었다. 이 경우에도 해당 광고 등을 내용 증빙용으로 제출해야 하는데, 개인이 이를 찾아내는 건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수년이 지났다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이번 개정안으로 지자체가 2년간 광고 사본을 보관한다면 이를 이용해 피해자들이 소송 등에 임할 때 보다 수월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공정위 등의 표시광고법 위반 광고물에 대한 조사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정된 주택법이 시행되면 건설사 등의 무분별한 허위·과장 분양 광고 관행이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