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열사로 부실 전이 방지”...‘금융그룹 통합감독법’ 입법예고
“금융계열사로 부실 전이 방지”...‘금융그룹 통합감독법’ 입법예고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0.06.0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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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한화·현대차 등 6개 그룹 대상...금융위, 9월 국회 제출해 처리토록 할 방침
삼성생명(왼쪽)과 한화생명 사옥 / 각 사 제공
삼성생명(왼쪽)과 한화생명 사옥 / 각 사 제공

[서울이코노미뉴스 김태일 기자] 앞으로 금융 계열사를 2곳 이상 보유한 복합금융그룹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그룹 내 대표회사가 경영 개선안을 금융당국에 제출하고, 이행의 책임을 지게 된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줄곧 주창해 온 ‘금융그룹 통합감독법’이 입법예고 됐다. 비(非)지주 금융그룹이 금융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함에도 규제에서 벗어나 있었는데, 법이 통과된다면 그 사각지대를 메울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내부 거래 등으로 그룹 전체가 위태로워지는 상황을 예방하고 사전에 리스크를 관리해 재정 건전성 하락을 막겠다는 취지도 이에 포함된다.

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지난 5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기간동안 입법예고됐다. 금융위는 9월 정기국회에 해당 법안을 제출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토록 할 방침이다. 여당이 21대 국회의 177석을 차지하고 있는 터라 무난히 본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그룹 감독제도는 여·수신과 금융투자·보험 가운데 2개 이상 업종의 금융회사를 운영하는 자산 5조원 이상 금융그룹을 감독하는 체계다. 이 기준에 따르면 삼성, 현대자동차, 한화, 미래에셋, 교보, DB 등 6개 복합금융그룹이 그 대상이다. 2018년 말 기준 이 그룹들의 금융자산은 약 900조원으로 전체 금융사의 18%에 이른다.

금융위는 “지주가 없는 금융그룹은 관련 시장에서의 영향력과 비중이 큼에도 마땅히 통합해 적용할 규제책이 없다”며 입법 배경을 설명했다. 기존 금융지주사는 ‘금융지주회사법’을 통해 그룹 차원의 감독을 할 수 있는 데 비해 비(非)지주 금융그룹은 각 금융사별로 보험업법·자본시장법 등을 제각기 적용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해당 기업의 부실이 그룹 내 금융계열사로 번질 경우, 금융 고객들이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다. 가령 한화그룹의 제조업 부문에서 발생한 문제가 한화생명이나 한화증권으로 전이된다면, 금융 고객들이 그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 연합뉴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 연합뉴스

부실 발생 시 대표회사에 개선 책임 부여...사전 리스크 관리가 핵심

법률안은 이들 금융회사를 ‘통’으로 묶어 감독하겠다는 게 뼈대다. 대상 금융그룹의 대표 격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내부통제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미래에셋대우, 교보생명, 현대캐피탈, DB손보가 대표회사가 된다.

특히 사후 개선이 아닌, 사전 위험 관리가 핵심이다. 그룹 차원에서 금융상품의 위험 정도를 미리 판단하고, 대비책 역시 갖출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법률안에는 그룹 리스크 관리에 대한 내용을 심의·의결하는 위험관리협의회 설치에 관한 내용도 담겼다.

아울러 계열사 간 손실흡수능력을 최소 자본기준보다 높게 관리해야 한다. 회사들끼리 자본을 중복으로 이용하거나, 계열사 간 위험 전이를 방지한다는 취지다.

또 금융그룹은 자본적정성 비율, 위험관리실태평가 결과, 재무상태 등이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금융당국에 경영개선안을 제출하고 이를 이행해야 한다. 건전선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자본을 확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회사 간 내부거래도 금융당국에 의해 관리된다. 일정 금액 이상을 거래하는 경우 금융회사 이사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예금자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사항은 금융위에 보고해야 한다.

결국 금융그룹의 법 준수 실태는 금융위 감독하에 놓인다. 그룹 내 대표 회사는 리스크 관리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검사를 받게 된다.

다만 당초 20대 국회 의원발의 법안에 있던 ▲그룹 내 금융사-비금융사 간 임원겸직·이동 제한 ▲법령으로 비금융사 주식취득 한도 규정 ▲금융당국의 비금융사에 대한 직접적 자료 요구권 ▲대주주 주식처분 명령 등의 규제 조항은 이번 정부안에서 제외됐다. 금융그룹에 대한 규제의 토대를 다지되, 지분 매각 등을 요구하며 기업을 옥죄지는 않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의 토대는 김상조 정책실장이 다졌다. 교수 시절부터 꾸준히 주장해왔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발표된 100대 국정과제에도 포함됐다. 김 실장은 지난 1월 29일 ‘금융그룹감독제도 향후추진방향 세미나’에도 직접 참석해 해당 규제책 추진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서는 의원입법으로 금융그룹 감독법안이 발의됐음에도 제대로 된 논의조차 거치지 못한 채 회기 만료에 따라 자동 폐기됐다. 이번에는 당초 법안에 있던 규제 일부를 덜어낸 만큼 해당 법을 포함한 ‘공정경제 3법’을 21대 국회에서 처리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해당 법률안은 이제 규제 심사와 법제처 심사를 거쳐 차관회의 및 국무회의 심사를 받는다. 이후 대통령 재가를 거쳐 국회에 제출돼 표결에 부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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