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신현아 기자]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를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이 이날 오후 열리는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1991년부터 유지된 통신요금 인가제가 30년 만에 폐지된다. 이에 따라 통신 요금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앞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번 개정안이 통신 요금을 인상할 소지가 크고, 특히 이동통신시장 1위인 SK텔레콤에게만 사실상 적용해 온 요금인가 규제를 풀어주는 법안이라고 주장하며 개정안 폐지를 촉구해 왔다.
법사위가 이날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킨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통신 요금 ‘인가제’를 '신고제‘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요금제 신고 후 소비자의 이익이나 공정 경쟁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15일 이내에 신고를 반려하는 ‘유보신고제’ 조항을 뒀다.
요금인가제는 이동통신 점유율이 50%가 넘는 1위 사업자는 요금을 신설하거나 약관을 개정할 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미리 인가를 받도록 한 제도다.
이에 따라 그동안 통신업계는 관행적으로 1등 사업자인 SK텔레콤이 통신요금과 이용조건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인가받으면 2, 3위 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가 SK텔레콤이 제출한 요금제를 참고해 비슷한 요금제를 신고·출시했다.
그러나 요금인가제는 점차 요금 담합 양상으로 흘러갔다. 결국 시장점유율이 90%인 이통 3사에게 담합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번 개정안도 이 같은 지적에서 추진됐다. 정부와 국회는 ‘요금인가제’가 이동통신 3사의 자유로운 요금경쟁을 방해하고 규제의 효과는 별로 없다며 요금인가제 폐지 이유를 밝혔다.
이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현재도 요금을 인하할 때는 신고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오직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요금을 인상하거나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할 때 인가를 받도록 하고 있어, 이동통신사들의 요금경쟁을 저해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오히려 지난 5G 상용화 과정에서도 SK텔레콤이 7만원 이상의 고가요금제로 구성된 요금제안을 제출했을 때 정부가 저가요금제 이용자 차별을 이유로 반려하여 5만원대 요금제를 추가하는 등 요금인가제는 이동통신사들의 요금 폭리를 일정 부분 견제해온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전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민생경제연구소 등 7개 통신·소비자·시민단체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하며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이동통신의 공공성 포기 선언이자 이동통신 요금 인상법”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20대 국회 마지막 상임위에서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은 처리하지 않고 재벌통신기업 SK텔레콤만 적용받는 요금인가 규제를 풀어주는 법안만 처리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인가제 폐지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철저한 검증 없이 여야정이 야합해 기습 처리하는 것은 정치권이 여전히 민생보다는 재벌기득권세력을 옹호하는 구태정치를 버리지 않겠다는 것”이라면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중 ‘n번방 법안’을 분리해서 처리하고 ‘인가제 폐지’는 대안을 마련해 21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