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신현아 기자]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가 그간 한미약품과 공동 개발하던 당뇨병 신약 후보물질과 관련한 기술개발 권리를 갑작스럽게 한미약품에 반환했다. 내년 하반기 임상시험 마지막 단계인 3상 완료를 앞둔 일방적 통보에 한미약품은 당혹스럽다는 기색을 비추고 있다.
한미약품은 사노피가 임상시험 3상을 끝까지 마치겠다는 약속을 뒤집은 만큼 손해배상 소송 등 법적 절차도 불사한다는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파트너사 사노피가 당뇨병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권리를 반환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했다고 14일 밝혔다. 양사의 글로벌 임상 3상 진행 중 벌어진 일방적인 통보다.
양사는 계약에 따라 120일간 협의 후 이를 최종 확정하게 된다.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이미 수령한 계약금 2억 유로(약2643억원)는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한미약품은 필요시 법적 대응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사노피가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완료하겠다고 한미약품을 비롯한 환자와 연구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약속한 것에 대해 일종의 책임을 묻는 셈이다.
또 이전 계약 파기 사례와 달리 후보물질의 안전성, 유효성, 시장성에 문제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한미약품의 강경 방침에는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상용화되면 같은 계열 약물 글로벌 시장 규모가 100억달러(약 12조245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던 만큼 이에 대한 아쉬움이 담겨있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사노피가 글로벌 임상 3상을 완료하겠다고 환자와 연구자들 및 한미약품에 수차례 공개적으로 약속했으니 이를 지키라고 요구할 것"이라며 "필요할 경우 손해배상 소송 등을 포함한 법적 절차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한미약품은 2015년 11월 사노피에 ‘퀀텀프로젝트’ 후보물질 3종을 39억원 유로(약 5조1845억원)에 기술수출했다.
퀸텀프로젝트는 에페글레나타이드, 에페글레나타이드와 인슐린을 결합한 ‘인슐린 콤포’, ‘지속형 인슐린’ 등으로 구성됐다.
이듬해 사노피는 수정 계약을 통해 ‘지속형 인슐린’을 반환했다. 이에 따라 계약 금액은 29억유로(약32조8552억원)로 줄었다.
이후 지난해 12월 사노피는 임상 3상을 마친 후 글로벌 판매를 담당할 파트너사를 물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임상 3상까지 완료하겠다는 사노피는 기존 입장을 바꿔 지난 13일 한미약품 측에 일방적으로 권리 반환을 통보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반환이 CEO(최고경영자) 교체 뒤 기존 주력 분야였던 당뇨 질환 연구를 중단하는 내용의 ‘R&D 개편안’으로 인한 사업계획 변경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한미약품은 필요한 경우 소송 등을 포함한 법적 절차를 검토하는 한편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완료하는 방안을 사노피와 협의하기로 했다.
다만 이번 계약해지 사유가 사노피의 전략 수정에 의한 것인 만큼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가치는 유효하다고 보고 새로운 글로벌 파트너사도 찾아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