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오너 3명 중 1명, 계열사 3곳 이상 등기이사 겸직
[서울이코노미뉴스 신현아 기자] 국내 대기업 오너일가 3명 중 1명이 계열사 3곳 이상의 등기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M그룹은 등기이사 겸직수 상위 10위 안에 우오현 회장을 비롯해 4명이 이름을 올렸다.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지난 2월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부영 이중근 회장은 17곳의 등기이사를 맡아 겸직수에서 2위다.
등기이사가 이사회 구성원으로 기업의 의사 결정 권한과 책임을 갖는다는 점에서 오너일가의 이 같은 문어발식 겸직은 부실경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는 13일 4월 말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64개 대기업집단 중 오너가 있는 55개 그룹 2106개 계열사의 등기이사를 조사한 결과, 총 374곳에 228명의 오너일가가 등기이사를 맡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1인 평균 2.4곳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중 73명(32.0%)은 3개 이상 계열사에 등재돼 있었다.
오너일가가 등기이사를 겸임한다는 자체가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사회 개최 건수가 연간 15차례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최소 3군데 기업에서 등기이사를 맡는다 해도 이사회만 45회가량 참석해야 한다. 부실경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전체 오너일가 중 겸직 수가 가장 많은 사람은 최승석 SM그룹 부회장으로 총 18개 사에서 등기이사를 맡고 있었다. 최 부회장은 SM그룹 설립자인 우호현 회장과 인척관계다.
이중근 부영 회장(17곳), 우오현 SM그룹 회장(13곳), 곽정현 KG케미칼 대표(12곳), 우명아 신화디앤디 대표(10곳) 등도 10개 이상 계열사의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우연아 삼환기업 대표(9곳), 지성배 IMM 대표‧김홍국 하림 회장 등(7곳), 조현준 효성 회장‧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조현상 효성 사장(각 6곳) 등의 순이었다.
상위 10위 안에 들어간 SM그룹 일가 중 우명아 신화디앤디 대표는 우오현 회장의 셋째 딸이며, 우기원 라도 대표는 우회장의 막내아들이다.
SM그룹은 삼라건설이 전신으로, 우방그룹 인수 등 인수합병(M&A)를 통해 몸집을 키웠다. SM그룹 계열사 수는 53곳이다.
그룹별로는 GS그룹이 16명의 오너일가가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등재돼 가장 많았고, KCC(15명), 애경(11명), 영풍‧SM(각 10명) 등 순이었다.
미래에셋과 DB그룹은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린 오너일가가 한 명도 없었다.
겸직 수가 늘어난 오너일가는 20명이었다. 대부분 승계 과정에 있는 자녀세대로 우명아 신화디앤디 대표가 7곳에서 10곳으로, 허준홍 GS칼텍스 전 부사장과 우오현 회장의 장남인 우기원 라도 대표도 각 1곳에서 4곳으로 3곳씩 늘었다.
반면 지난해에 비해 등기이사 겸직 계열사 수가 줄어든 오너일가는 39명이었다.
이중 우오현 회장의 경우 지난해에는 68개 계열사 중 절반에 달하는 34곳의 등기이사를 맡아 1위였지만 올해는 총 13곳으로 21곳이 줄었다. 최승석 부회장 역시 25곳에서 18곳으로 7곳 감소했다. 이는 SM그룹이 계열사를 지난해 68개에서 올해 53개로 대폭 줄인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도 우오현 회장의 인척인 박흥준 경남기업 대표도 13곳에서 4곳으로, 신동빈 롯데 회장은 9곳에서 5곳으로 줄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15개 계열사 정리로 우오현 회장 등의 등기이사 겸직이 대폭 줄었다고 해도 우명아·우기원 대표의 겸직이 늘어난 만큼 사실상 우씨 일가의 ‘배불리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등기이사 겸직의 문제점은 회계 부정 등의 위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주주들이 자신들의 권리와 이익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게 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