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부부의세계’ 장판, 알리바바 파트너에서 방출 사정은?
중국판 ‘부부의세계’ 장판, 알리바바 파트너에서 방출 사정은?
  • 이승훈 기자
  • 승인 2020.04.2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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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 차기 CEO로 가장 유력했지만 사실상 CEO 대권에서 멀어져
장판  타오바오 CEO / 알리바바 홈페이지
장판 텐마오 CEO / 알리바바 홈페이지

[서울이코노미뉴스 이승훈 기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그룹 알리바바의 차세대 CEO로 주목받던 장판(35) 텐마오 CEO가 불륜 의혹에 휩싸인 끝에 알리바바 파트너에서 방출됐다.

장판은 최근 중국의 인터넷 셀렙이자 웨이보 팔로워 1100만명을 거느린 '왕훙'으로 유명한 장다이(32)와 불륜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 17일 장판의 아내는 장다이를 향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경고다, 다시 한 번 내 남편을 건드리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라는 경고 글을 웨이보에 올려서 화제가 됐다. 마침 한국에서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인기를 끌고 있던 터에 장판-장다이 불륜 의혹은 ‘중국판 부부의 세계’로 불리며 국내에서도 관심을 끌었다.

중국의 IT전문지 테크노드를 비롯한 중국 소식통들은 27일 알리바바가 장판이 불륜 의혹으로 회사의 평판에 큰 타격을 주었다는 이유로 알리바바 파트너에서 장판을 방출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장다이는 중국 최고 인기의 배우 판빙빙의 연 소득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장다이의 소속사인 루한에는 알리바바 측이 7.4%의 지분을 투자한 상태여서 중국에서는 장판이 장다이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밀어준 것이 아니냐는 식의 의문이 제기됐다.

장판과 불륜 의혹이 일어난 인터넷셀렙 장다이 / 장다이 인스타그램 캡쳐
장판과 불륜 의혹이 일어난 인터넷셀렙 장다이 / 장다이 인스타그램 캡쳐

알리바바는 조사를 통해 장판의 (장다이 및 루한과 관계된) 비즈니스 상의 결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결론을 냈지만 불륜 의혹을 이유로 알리바바 파트너 방출을 결정했다. 부인에 의해 불륜 의혹이 세상에 공개된지 10일만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장판의 직급도 M7(그룹고급부총재)에서 M6(그룹부총재)으로 강등하고 장판 CEO의 지난해 상여금을 전액 반납받기로 했다. 그러나 알리바바는 장판의 텐마오 CEO자리는 유지하도록 했다. 그 외 장판이 경영하는 사업의 범위를 조정할지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알리바바 측은 "회사 요직에 있는 장 CEO가 가족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심각한 여론 위기를 가져왔고, 회사 평판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쳤다"면서 "회사 고위층의 논의를 거쳐 장 CEO를 징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고평판관리 시스템으로서 알리바바 파트너스의 역할

장판에 내려진 중징계 가운데 가장 치명적인 부분은 바로 알리바바 파트너에서 장판을 방출한 것이다.

알리바바는 1999년 창립 이래로 능력 있고 신망 있는 후계자를 두는 경영승계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밝혀왔다. 2009년부터는 경영승계 시스템의 일환으로 알리바바 파트너십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2010년부터 알리바바 파트너십을 시험했다. 그리고 2014년에 알리바바 파트너십을 공식 선언했다.

알리바바의 공동창업자인 차이충신 알리바바 부회장은 알리바바의 ‘2018 글로벌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알리바바 파트너 시스템의 세가지 원칙 즉 ▲윤리적 표준 수립 ▲ 승계 문제 해결 ▲ 고위직의 위기(risk) 관리 를 소개했다. 차이충신 부회장이 밝힌 바에 따르면 알리바바 파트너 시스템의 본질은 경영승계 위원회와 최고평판관리자(Chief Reputation Officer) 위원회다.  

한국의 그룹들도 삼성그룹의 준법감시위원회, SK그룹의 수펙스추구협의회, 기타 여러 가지 이름의 사회적책임 위원회와 같은 최고평판관리 시스템이 최근에 대두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이러한 최고평판관리 시스템이 이재용 부회장이나 최태원 회장 등 그룹 총수의 직계 가족에 의한 가업상속  혹은 사회적 불법, 탈법 행위에 대한 면책을 위해 악용되는 면이 적지 않다.

이에 비해 알리바바 파트너 시스템은 실질적으로 직계가족의 가업상속이 아닌 가장 유능한 경영자에 의한 기업계승과 경영자의 책임 준수와 징계를 위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또 한국의 최고평판관리 시스템의 경우는 아직 그룹의 최고의사결정 기구로서의 성격 보다는 총수의 비서그룹, 친위부대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알리바바의 최고평판관리 시스템인 알리바바 파트너는 실질적으로 그룹의 가장 중요한 경영상의 결정을 실행한다는 점에서도 다르다.  

삼성그룹의 준법감시위원회 회의 모습
삼성그룹의 준법감시위원회 회의 모습

이처럼 알리바바의 파트너 시스템은 알리바바를 운영하는 핵심 시스템으로서 알리바바 그룹 경영상의 최종 결정권한이 파트너 시스템에서 나오고 파트너들은 그룹의 평판을 관리하며 그룹 전승자(후계자, 경영승계자)도 알리바바 파트너들이 파트너 중에서 정한다.

알리바바 창업주이자 이사회 주석인 마윈은 2018년 9월 알리바바 그룹의 미래 혁신과 리더십을 창출하는 파트너십 메커니즘에 따라 전승계획(Inheritance Plan, 경영승계 계획)을 발표했다. 2019년 9월에는 현 장융 알리바바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가 파트너들이 세운 전승계획에 따라 마윈을 승계했다.

그 외에도 알리바바 파트너는 이사를 지명할 권리가 있으며, 파트너가 지명한 이사는 이사회의 절반 이상을 구성해야 한다. 어떤 이유로든 파트너가 지명한 이사의 수가 절반 미만인 경우 파트너는 이사의 절반 이상을 통제할 수 있도록 추가 이사를 임명해야 한다. 만약 주주들이 파트너가 지명한 이사를 선출하기로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는 파트너는 다음 연차 총회까지 새로운 임시 이사를 임명 할 수 있다.

알리바바 차기 CEO로 가장 유력했던 장판, 불륜 의혹으로 CEO의 꿈은 사실상 수포로

이처럼 알리바바 파트너십은 그룹의 전승계획을 정하고 전승자를 정한다. 35살의 젊은 알리바바 파트너가 파트너에서 방출됐다는 것은 유력 전승자 그룹에서 방출됐다는 것을 의미하고 앞으로 그룹의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 사항에 이제 더 이상 관여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알리바바 파트너가 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파트너 입후보자는 5년 이상 회사에서 근무해야하며 모든 파트너의 4분의 3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알리바바의 2019년 회계 연도 보고서에서 알리바바는 38명의 파트너 목록을 공개했다. 이중 장판은 2019년 회계 연도 보고서에서 파트너 목록에 처음으로 가입하여 알리바바 파트너 중 가장 나이가 어린 파트너가 되었다.

장판은 2006년 푸단대 컴퓨터학부를 졸업하고 구글 차이나에 입사했다. 2010년에 장판은 구글 차이나를 나와서 모바일 개발자 서비스 플랫폼인 Youmeng을 설립했다. 2013년, 알리바바는 Youmeng을 8000만 달러에 인수할 때, 알리바바의 All-in Wireless 전략에 장판이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장판도 알리바바에 합류시켰다.

알리바바 파트너들의 예상대로 장판은 알리바바의 All-in Wireless 전략 수행에 큰 성과를 보였다. 모바일 Taobao를 쇼핑 플랫폼에서 모바일 라이프 포털로 재배치 하는 데에 큰 역할을 수행했으며 스마트폰용 Taobao App의 기능 개발을 홍보하기 위해 상품, 거래, 공유, 상호 작용, 비디오 및 생방송을 통합하는 ‘소비자 미디어 플랫폼’을 실현하고 구축하기 위해 Taobao 컨텐츠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이끌었다.

장판은 2017년 12월, 32세의 나이로 Taobao의 사장이 되었으며, 2019년 3월에는 Tmall의 사장으로 선임됐다. 그리고 알리바바 그룹의 캐시카우가 되는 사업들을 총괄 관리하기 시작했다.

알리바바에서 장판의 커리어는 장융의 커리어와 매우 유사했고 장판은 이러한 일련의 성과를 통해 알리바바의 차세대 CEO로서 가장 유력한 후보에 올랐다. 가장 최근의 프로모션은 2020 년 3월 6일 이어진 M7 승진이다. 그러나 장판은 이번 불륜 의혹으로 M6로 강등되고 무엇보다도 알리바바 파트너에서 방출됐다.

장판의 파트너 방출에도 불구하고 알리바바 그룹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알리바바에는 38명의 파트너들이 있고 장판은 그 중의 한 명이었다. 

다만 현재 알리바바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는 핀두오두오의 CEO 황젱(40)에 필적하는 젊은 전승자를 찾는 일이 쉽지는 않다.  조속히 젊은 전승자를 찾아 핀두오두오의 도전을 물리치고 알리바바의 위상을 공고히 해야 한다는 촉박함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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