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불법 정치 후원 의혹'과 관련, KT 전·현직 임직원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신청하면서 황창규 회장을 제외하면서 수사의 형평성 논란이 나온다.
경찰은 그동안 황 회장에 대한 최초 영장이 기각된 이후 보강수사를 이유로 시간이 석달 가까이 흐르며 사실상 '봐주기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으나 이번에 재영창 청구대상에서 황 회장을 제외하면서 ‘몸통’은 어디가고 ‘깃털’만 건드리는 것이 아니냐는 파문이 일고 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7일 이른바 '상품권 깡' 수법으로 현금화 한 회삿돈을 국회의원들에게 불법으로 후원한 혐의로 KT의 구현모(54) 사장과 맹수호(59) 전 사장, 최모(58) 전 전무 등 3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지난 6월18일 구속영장을 신청한 지 3개월여 만에 경찰이 다시 사법처리에 나선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종전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검찰에서 반려된 3명에 대해 오늘 오전 사전구속영장을 검찰에 재신청했다"며 "보강수사를 거쳐 증거인멸 정황이 추가로 확보됐다"고 밝혔다.
경찰, KT '쪼개기 수법' 자금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간 사실 결국 못 밝힌 채 수사력 한계 노출
다만 황창규 회장에 대해서는 "새로운 내용이 나온 게 없다"며 영장에서 배제했다. 보강 수사 과정에서 황 회장에 관한 뚜렷한 혐의점이나 물증을 추가로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경찰은 지난 6월18일 구 사장 등 KT 임직원들이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KT 대관부서인 CR부문을 동원해 11억5000만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바 있다.
당시 경찰에 따르면 KT 측은 법인자금으로 주유상품권 등을 구입한 후 업자에게 바로 현금화(깡)하는 수법으로 불법 정치 후원금을 만들었다.경찰은 회삿돈으로 의원들에게 정치 후원금을 제공한 것 자체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정치자금을 수수한 의원 측에 대한 조사의 필요성을 들어 영장을 반려하고 보강 수사를 지휘했다. 경찰은 증거인멸 정황을 추가로 포착해 영장을 재신청했지만, 후원금 액수나 후원대상 등이 늘어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에 대해 관련 수사기록과 증거자료 등을 검토한 후 이르면 다음주 초께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정치자금을 수수한 의원에 대한 조사의 필요성을 들어 영장을 반려하고 보강 수사를 지휘했다. 검찰이 KT가 법인자금으로 상품권을 매입하고 비자금을 만든 사실 까지는 인정한 셈이다.
문제는 KT가 쪼개기 숫법으로 만든 자금이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간 사실만 추가 수사를 통해 밝혀내면 끝나는 상황인데도 경찰이 수사력의 한계를 노출 한 채 어정쩡하게 수사를 마무리한게 아니냐는 의문이다.
"'몸통' 지목된 황창규 회장 풀어주고 아무런 힘 없이 '깃털' 불과한 임직원들만 영장 청구한 셈"
황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검찰에서 기각된 뒤 경찰 수사의 칼 끝은 먼저 국회로 향했어야 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는 국회의원의 콧털도 건드리지 못하고 유야무야 마무리했다. 그리고서는 몸통으로 지목된 황창규 회장을 풀어주고 아무런 힘도 없는 깃털에 불과한 임직원들에 대해서만 영장을 청구하고 만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영장을 반려할 당시, 정치 자금을 수수한 의원들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제기했다“면서 ”정치자금을 수수한 의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경찰 스스로가 부실 수사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관계자는 “경찰이 그동안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황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검찰에 의해 기각당한 이래 석달이 다 되어가도록 허송세월을 하다가 뒤늦게 황 회장을 영장청구 대상에서 뺀 것은 수사력의 한계를 보인 것”이라며 “경찰이 말로는 검찰로부터 수사권 독립을 외치면서 실질적으로 독립할 능력도, 의지도 별로 없는 것 같다”고 혹평을 했다.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에 대해 관련 수사기록과 증거자료 등을 검토한 후 이르면 다음주 초께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KT 새노조는 경찰이 황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않은 것에 대해 ‘KT 적폐청산’을 포기했다고 비판했다. KT 새노조 관계자는 “경찰이 황창규 회장에 대한 재영장 청구를 포기한 것은 지난 박근혜 정권 시절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 연루된 인물이며 KT의 썩은 고리의 장본인을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그대로 방치한 채 사실상 ‘적폐청산’을 포기한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