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테슬라의 비상장회사 전환(상장폐지)을 트위터를 통해 언급했다가 번복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를 증권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또 SEC가 머스크 CEO가 상장회사 임원을 맡지 못하게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면서 머스크 CEO는 테슬라에서 떠나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SEC의 고발 소식이 전해진 뒤 테슬라 주가는 시간외거래에서 12% 가까이 폭락했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SEC는 맨해튼 연방법원에 머스크 CEO를 증권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SEC는 "일론 머스크가 거짓되고 오해 소지가 있는 언급을 했다(false and misleading)"고 적시했다.
SEC는 고소장에서 머스크 CEO가 비상장 전환 계획을 실현시켜줄 만한 구체적 자금조달 방법이 없었음을 알고 있었고 회사 관계자나 기존 투자자와도 상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이 같은 계획을 지원해줄 만한 법적·재정적 자문도 하지 않았으며 규제 승인이 필요한지, 자신의 계획이 규제기관을 만족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고려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사전에 충분한 검토 없이 무책임하게 상장폐지 계획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WSJ는 "증권 사기 혐의로 기소된 임원이 유죄 판결을 받으면 해당 산업에서 영구적으로 경영활동이 제한된다"고 보도했다. 또 WSJ는 "SEC뿐만 아니라 법무부도 머스크 CEO의 비상장회사 전환 발언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머스크 CEO는 SEC의 고소가 부당하다고 항의했다. 그는 "SEC의 부당한 조치로 슬프고 실망스럽다. 나는 항상 진실하고 투명했으며 투자자들에게 최선을 다해 왔다"고 해명했다.
SEC는 머스크 CEO가 제시한 비상장 전환 가격(주당 420달러)에 대해서도 "머스크는 주가에 20%의 프리미엄을 붙여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이 가격(주당 419달러)에 반올림을 한 '420'이란 숫자가 마리화나를 지칭하는 코드란 것도 여자친구를 통해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머스크 CEO는 지난달 8일 트위터에 "테슬라를 주당 420달러에 비상장회사로 전환할 것을 고려 중이다. 자금은 확보됐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발표 직후 테슬라 주가는 10% 이상 급등했다. 하지만 논란이 확산되자 머스크 CEO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다고 해명했고 결국 지난달 24일에는 발언을 번복해야 했다.
SEC는 법원에 머스크 CEO가 상장회사 임원이나 이사가 될 수 없도록 금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법상 상장회사 임원들은 투자 결정에 중요한 정보에 대해 허위로 진술하거나 투자자를 오도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