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금감원)의 자문기구격인 금융기관 내부통제 혁신 태스크포스(TF)가 앞으로 삼성증권 배당사고 같은 내부통제에 문제가 생기면 최고경영진(CEO)과 이사회에 책임을 묻도록 했다. 또 경영진에 대한 도덕성 검증을 강화하고, 총 임직원의 1% 이상을 준법 감시 담당 인력으로 충원하도록 했다.
금융회사 내부통제 혁신 태스크포스(TF)는 17일 이런 내용을 담은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삼성증권 배당 사고 등 금융권에 각종 사고가 계속되자 지난 6월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태스크포스를 발족해 혁신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날 발표된 혁신방안은 △내부통제에 대한 금융기관 이사회·경영진의 역할 및 책임 명확화 △준법감시인 위상 및 준법지원 조직 역량 제고 △내부통제를 중시하는 조직문화 확산 유도 △내부통제 우수 금융기관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등으로 구성됐다.
태스크포스는 우선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바꿔 금융회사 이사회와 경영진의 내부통제 책임을 명시적으로 규정할 것을 권고했다. 또 금융회사 임원은 내부통제 업무에 적합한 사람이 선임될 수 있도록 도덕성 등을 임원 자격요건에 담고 임직원의 내부통제 기준 준수 의무도 명시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준법감시인 위상 및 역량 제고를 위해 준법감시인을 임원으로 선임해야 하는 금융기관 범위를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지금은 금융투자·보험·여신전문금융사는 자산 5조원 이상, 저축은행은 자산 7천억원 이상인 금융기관만 준법감시인을 임원으로 선임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준법감시인 자격요건에 2년 이상 내부통제 관련 업무 경력을 추가하고, 준법감시인이 임직원 위법 사실 등을 발견하면 위법업무에 대한 정지·시정요구를 의무화할 것을 요구했다. 또 준법감시 지원조직 강화를 위해 준법감시 업무 담당 인력을 금융기관 총임직원 수의 1% 이상으로 늘리도록 권고했다. 준법감시 담당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금감원과 금융 연수기관이 체계적인 연수과정을 만들 것도 요청했다.
금감원에는 금융기관 경영실태평가 중 내부통제 평가비중을 올리고 내부통제 평가등급이 우수한 금융기관은 검사주기 연장 등 인센티브를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금융권역별 내부통제 혁신방안도 나왔다. 금융지주회사는 경영실태평가 항목 중 지배구조 및 내부통제 평가가 포함돼 있는 위험관리부문(R)의 평가 비중을 상향 조정할 것을 권고했다. 경영실태평가 항목 중 한 부문이라도 4등급 이하 판정시 적기시정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주문했다.
은행은 부당한 금리 산정 및 부과 행위를 은행법상 불공정 영업행위 금지 조항에 추가할 것을 권고했다. 금융투자부문은 대량·고액매매 주문에 대한 통제절차 강화를 주문했다. 공매도 주문(수탁)시 금융사가 위탁매매 주문의 적정성을 점검토록 내부통제 기준 강화를 권고했다. 또 업무자료 기록에 대한 보존제도를 강화토록 했다.
보험부문은 준법감시 부서의 역할을 높인다. 보험금 지급 관련 판례가 내규에 적시 반영되기 위해서다. 보험상품 개발 시 보험약관에 대한 법적 검토 의무화도 권고했다. 내부 상품개발위원회 운영 등에 대한 내부통제 강화, 대출심사 및 담보물 사후관리 등 신용공여 관리절차 강화도 주문했다.
대주주 및 계열회사와의 거래에 대한 내부통제도 강화한다. 해당 거래의 이사회 보고 및 금감원의 검사·감독 강화를 권고했다. 대주주 및 계열회사 등에 대한 부당지원을 견제한다는 취지다. 또 내부통제기준에 내부고발자 보호 방법 및 절차를 구체적으로 마련해 운영할 것을 주문했다.
또 내부통제 운영의 실효성을 위해 법률에 바람직한 성과평가지표(KPI) 운영 원칙을 선언적으로 규정할 것을 권고했다. 금전출납 등 금융사고 가능성이 높은 직무 담당 직원은 일정 기간 분기별로 채무상태를 소속 금융기관의 장에게 보하는 제도를 자율로 시행할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금융감독원의 금융기관 경영실태평가 중 내부통제 평가 비중을 상향 조정하고, 평가 등급이 일정 이하일 경우 상위 수준의 종합등급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혁신방안의 내용이 금융현장에서 실질적으로 구현되고 작동되도록 노력하겠다”며 “혁신방안 가운데 법규개정 없이 가능한 사항 이행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법규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금융위원회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논란이 많았던 임원 자격 적격성 심사제도는 최종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TF는 금융사 임원 후보자의 전문성·도덕성·공정성 등 자격 여부에 대한 심사권을 감독 당국에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금융기관의 경영 자율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고 관치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로 이번 최종안에서는 제외했다.
고 위원장은 “감독 당국이 금융사 임원에 대한 사전적인 자격 적격성 심사를 하기에 아직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삼성증권의 배당사고를 계기로 지난 6월 금융권의 내부통제 운영과 제도적 미비점을 파악하고 혁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내부통제 TF를 출범했다. 학계, 법조계 등의 외부 전문가 중심으로 꾸려졌으며, 위원장은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