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중 연 이자율 11% 수준의 중(中)금리 카드론 상품이 새로 출시될 전망이다. 금융 당국이 신용카드 회사가 최고 20%에 이르는 기존 카드론 금리를 낮추면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혜택을 주기로 한 영향이다.
당국은 이와 함께 정책 상품인 ‘사잇돌 대출’ 보증 확대, 인터넷 전문은행의 사잇돌 대출 신규 취급 등을 통해 중·저 신용등급 대출자가 이용할 수 있는 연 이자율 6.5~16% 사이 중금리 대출 공급액을 현재 연 3조4000억원에서 내년부터 연 7조9000억원 수준으로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8일 이 같은 내용의 ‘중금리 대출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열린 인터넷 은행 등 업계와의 간담회에서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금리 인상 압박으로 가계 부채와 금융회사 위험 관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중·저신용자 신용 대출이 가장 먼저 위축될 수 있다”면서 “중금리 대출 시장이 고금리와 저금리로 양극화하지 않도록 시장 변화를 주시하고 정책을 섬세하게 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내년 2분기부터 민간 금융기관의 중금리 대출 금리가 지금보다 최대 10%포인트 내려갈 전망이다. 현재 금융 당국은 특정 금융 상품의 평균 대출 금리가 연 16.5%이고 개별 대출 금리가 연 20%를 넘지 않으면서 신용등급 4등급 이하인 대출자에게 전체 대출액의 70% 이상을 빌려주면 중금리 대출로 인정해 업권별 대출 규제를 완화해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중금리 대출로 인정하는 조건을 지금보다 강화해 금리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의 중금리 대출 인정 요건이 평균 대출 금리 연 6.5%, 최고 금리 연 10%로 낮아진다. 지금은 평균 대출 금리가 연 16.5%이면 중금리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앞으로 금리를 10%포인트 낮춰야 금융감독원의 서민금융평가 가점 등 제도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금융위는 상호금융(평균 대출 금리 연 8.5%), 신용카드사(11%), 캐피탈(14%), 저축은행(16%) 등 2금융권의 중금리 인정 요건도 함께 강화해 금융 업권별로 차등화한 금리 인하를 유도하기로 했다.
또 내년 상반기 중 카드사 협의를 거쳐 신용카드 회원을 대상으로 한 신용 대출인 카드론의 중금리 신상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앞으로 평균 대출 금리 연 11%, 최고 금리 연 14.5%인 카드론을 중금리 대출로 인정해 가계 대출 관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현재는 카드론을 중금리 대출로 인정하지 않지만 규제를 풀어준 것이다. 다만 카드론 대출액이 크게 늘 경우 다시 대출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것이 금융위 방침이다.
이와 함께 사잇돌 대출 공급액과 지원 대상을 확대한다. 사잇돌 대출은 은행 등 민간 금융회사가 중·저신용자에게 중금리 대출을 공급하면 SGI서울보증이 대출 원금 상환을 보장하는 정책성 중금리 상품이다. 금융위는 내년 1분기 중 서울보증의 사잇돌 대출 보증 한도를 기존 3조1500억원에서 5조1500억원으로 2조원 늘리고, 사잇돌 대출 지원 요건인 소득·재직 기준도 완화해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 내년 1월부터는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에서도 사잇돌 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대출자 접근성을 높이기로 했다.이를 통해 작년과 올해 연 3조4000억원 규모인 중금리 대출 공급액을 내년 이후 연 7조9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